정두호 전 LG그룹 계열사인 실트론 대표(64)가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지 4년 만에 '늦깎이' 벤처기업가로 변신했다.

정 대표는 1970년 ㈜럭키(현 LG화학)에 입사한 후 2003년 실트론 대표를 그만둘 때까지 34년간 LG그룹에 몸담았다.

은퇴 후 4년간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경영컨설팅을 해왔던 정 대표가 창업전선에 뛰어든 건 지난해 6월.정 대표는 "중소기업에 조언을 해주면서 사업 아이템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즉각 자본금 5억2000만원짜리 인테리어 전문회사 ㈜위키테리어를 출범시켰다.

정 대표가 찾은 비즈니스 모델은 같은 디자인으로 대량 생산된 범용 마감재를 사용하지 않고 고객이 원하는 디자인으로 만든 마감재만을 이용하는 '맞춤형 인테리어' 사업이다.

정 대표는 "범용 마감재를 사용한 인테리어는 '그 집이 그 집'처럼 비슷한 풍일 수밖에 없다"며 "맞춤형 인테리어는 고객의 개성을 살리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고객은 자신을 포함한 일반인 또는 전문 디자이너가 창작해 회사가 운영하는 인터넷(www.wikiterior.com)에 올린 사진이나 그림 무늬 중에서 골라 마감재 제작을 의뢰한다.

그러면 회사는 이를 이용해 마감재를 만들고 직접 시공까지 해준다.

정 대표는 "인터넷에 올린 창작 디자인이 마감재에 사용되면 디자인 소유자에게는 매출액의 일정금액을 로열티로 지급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경남 밀양 출신으로 부산대 화학공학과를 나왔다.

2001년부터 3년간 실트론 대표 시절 '혁신의 전도사'로 불리면서 실트론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토대를 닦았다는 평가다.

그는 임기 중 웨이퍼 업계에서 드물게 공장ㆍ사무실의 표준화 및 자동화 등을 통한 혁신활동으로 후발주자였던 회사가 일본 업체를 따라잡도록 하는데 기여했다.

정 대표는 "월급쟁이 경험을 살려 위키테리어를 탐내는 벤처기업으로 키우겠다"며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사업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는 걸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