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애니메이션도 민족주의
중국이 애니메이션 산업에 만리장성을 쌓고 있다.

외국산 방영 규제 시간을 늘리는 한편 자국산 애니메이션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외국 문화에 전염되는 것을 막고 동시에 급성장하는 문화산업에서 주도권을 회복하기 위해서다.

하청에 의존해온 중국 애니메이션 산업의 구조를 고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2일 관영 신화통신 등 중국 언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2006년 이후 오후 5~8시까지 3시간 동안 외국산 애니메이션의 방영을 금지해온 데 이어 지난 2월부터 금지 시간을 4시간으로 늘렸다.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이 같은 조치는 2004년만 해도 중국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외국산이 80% 이상을 차지하면서 문화 주권에 대한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에서 제작하는 애니메이션도 자체 창작은 3분의 1에 불과해 산업에 창의성이 결여됐다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중국 정부는 애니메이션 채널을 늘려 시장 기반 확대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중국은 4개 전국 애니메이션 전문채널과 34개 지방 TV의 어린이채널을 통해 매일 133시간 분량의 애니메이션을 방영하고 있다.

또 국가 차원의 지원을 하는 애니메이션 산업단지를 선양 상하이 베이징 등 19곳에 조성했다.

선양아오위안 국제 애니메이션 단지가 대표적이다.

호주 최대 투자은행인 맥쿼리와 홍콩의 완콴애니메이션 등이 오는 2009년까지 15억달러를 투자해 조성하는 선양아오위안 단지에는 이미 중국을 비롯해 한국 홍콩 업체 등 모두 50여개사가 입주했다.

지방 정부 자체적으로도 40여개의 단지 조성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과당 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중국 광전총국은 애니메이션 단지를 대상으로 3년마다 평가를 실시,3년 연속 애니메이션 제작분량이 50시간(3000분)에 못 미치거나 심각한 문제가 있을 경우 경고나 자격 취소 등의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국제 규모의 애니메이션 행사 후원도 지원책의 일환이다.

3일까지 엿새 일정으로 항저우에서 열리고 있는 중국 국제 애니메이션 축제에는 해외 벤처캐피털들도 대거 참가해 유망 애니메이션 업체 물색에 나섰다.

중국의 애니메이션 육성책은 급성장하는 시장에서 주도권을 회복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의 애니메이션 시장은 지난해 200억위안(2조8000억원)으로 전년보다 40% 이상 증가했다.

중화공상시보 등은 수년내 애니메이션 시장이 1000억위안(14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애니메이션 시장의 급팽창은 3억6700만명에 이르는 청소년이 원동력이다.

이미 중국에서는 창작 애니메이션을 수출하는 토종 업체까지 생겨나고 있다.

란먀오(藍猫ㆍ푸른 고양이) 시리즈를 한국 미국 중동 등 36개 국가에까지 수출한 후난산천애니메이션그룹이 대표적이다.

상하이진르 후난훙멍 등도 대표적인 창작 애니메이션 수출업체다.

중국 전문가들은 샤오황디(小皇帝)로 불리는 어린이 시장에 애니메이션의 파급 효과가 크다며 캐릭터를 활용한 내수시장 공략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중국의 아동용 시장은 연간 △식품 350억위안(4조9000억원) △완구 200억위안(2조8000억원) △도서 등 출판물 100억위안(1조4000억원)에 이른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