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컴퓨터 모니터에 시달리는 눈은 봄 나들이 나와서도 혹사를 면하기 힘들다.

계절의 여왕인 5월은 꽃가루의 활동이 가장 왕성한 데다 3월부터 시작된 황사의 여진도 남아 있는 시기다.

꽃가루와 황사 등 야외활동 중에 접하게 되는 이물질은 눈의 각막(검은 눈동자 위의 표면) 및 결막(흰자위의 가장자리)의 상피세포를 자극한다.

특히 이달에는 3∼5일,10∼12일 등 3일씩 이어지는 황금연휴가 끼어 있어 봄나들이를 계획하는 사람들은 알레르기성 결막염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한국 직장인의 3분의 2가량은 쉬는 날 주로 집에서 TV를 시청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처럼 휴일에도 TV를 보다보면 눈에 피로가 쌓여 이물질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진다.

결막염에 걸리기 쉬운 상태가 된다는 얘기다.

우선 컴퓨터나 TV를 오랫동안 바라보면 눈을 깜박이는 시간이 줄어들어 눈에 침투하는 이물질을 막아내는 눈물의 양이 적어진다.

여기에다가 건조한 실내외 공기와 연일 이어지는 퇴근 후 과음도 결막의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이에 따라 눈은 꽃가루 황사 등 알레르기 물질에 과민반응하거나 바이러스에 의해 쉽게 무너진다.

알레르기성 결막염은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다양한 연령대에 걸쳐 나타난다.

대체로 연중 내내 계속되는 지속형과 계절형으로 대별된다.

계절형은 5월 초부터 시작해 7월 말까지 지속되는 형태와 가을에 나타나는 것으로 세분된다.

봄철에는 나무의 꽃가루,가을철에는 잡초의 꽃가루가 주된 원인이다.

안구 가려움증,충혈,눈물흘림,점액성 눈곱 등이 주로 나타난다.

알레르기성 비염에 알레르기성 결막염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 눈이 간지러우면서 콧물도 나오고 재채기도 한다.

이 때문에 자칫 감기로 오인하기 쉽다.

안구나 콧속이나 점막으로 덮여 있는 형태가 같기 때문에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물질은 눈과 코를 함께 자극한다.

눈이 가렵다고 자주 긁고 비비면 좋지 않다.

충혈이 심해져서 안구 내 모세혈관 벽의 구멍이 커지고 이를 통해 백혈구나 호산구 같은 혈액 속의 염증 세포들이 혈관으로 흘러들어오면서 증상을 더욱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또한 충혈과 눈물흘림을 완화하기 위해 안대를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2차적인 세균감염이 일어나고 체온이 올라가 염증 또는 바이러스의 활동이 왕성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막염을 치료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외출 후 집에 돌아와 눈 주위를 냉찜질하는 것이다.

얼음이나 시원한 물을 비닐 봉지에 싸고 수건으로 한 겹 더 싸서 너무 차갑지 않게 한 다음 안구 위에 살짝 올려 놓으면 극심한 가려움이 사라지고 염증도 줄어드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완치되지 않거나 2차 감염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안과에서 가려움증을 완화해주는 항히스타민 안약이나 소염작용이 있는 순한 스테로이드 안약을 처방받아 사용하는 게 현명하다.

이런 치료를 받으면 대개 2∼3일 이내에 증상이 없어진다.

하지만 증상이 완전 해소된 줄 알고 약을 중단하면 재발되는 경우가 흔하므로 전문의가 지시한 투약 기간을 지키는 게 바람직하다.

무분별한 안약의 오남용은 오히려 각막궤양 같은 합병증을 유발,시력까지 소실시킬 수 있다.

아울러 치료가 비록 쉽다해도 반복적으로 자극을 받으면 자칫 결막이 노화될 수 있다.

따라서 외출 시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선글라스를 쓰고 콘택트 렌즈 착용을 자제하는 등 결막 보호에 신경 써야 한다.

/김봉현 씨어앤파트너안과 원장(서울 청담동)


< 충혈없는 맑은 눈 유지하려면…>

1.진한 눈 화장을 자제한다

섀도나 마스카라 등 색조 화장품의 가루는 워낙 미세해 눈에 들어가기 쉽다. 눈 안쪽 점막까지 화장하는 스모키 화장은 눈에 주는 부담이 더 크다.

2.충분한 수면으로 눈의 피로를 풀어준다

수면이 부족하면 충혈이 잘 되고 쉽게 가시지도 않는다. 낮에 이어 야간에도 컴퓨터나 작업을 하면 눈에 과도한 자극이 가해져 결막 혈관이 늘어나게 된다.

3.충혈 제거 안약을 장기 사용하지 않는다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혈관 수축 안약은 일시적인 효과가 나타나지만 장기간 사용하면 약을 넣지 않을 경우 혈관이 오히려 확장되는 악순환이 초래될 수 있다.

4.선글라스와 모자로 자외선을 차단한다

눈의 흰자위에도 피부와 마찬가지로 멜라토닌 색소가 분포돼 있다. 자외선을 받으면 흰자위에 색소가 침착돼 누런 반점이나 검은 점이 나타난다.

5.충혈이 2∼3일 지속되면 조기 치료한다

충혈은 금세 만성화되지 않는다. 원인도 다양하다. 초기에 심하지 않다고 방치하면 만성화되기 십상이다. 충혈이 2∼3일 이상 지속되면 안과에서 전문치료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