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에 대한 불안감이 온 나라를 뒤덮고 있다.

방송사들의 무분별한 자극적 보도를 계기로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갖가지 주장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뇌송송 구멍탁' '미친 소' 등의 패러디 사진들이 인터넷을 떠돌아 다니고,쇠고기 협상을 타결시켰다는 이유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서명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어떤 연예인은 '미국 쇠고기를 먹느니 청산가리를 먹겠다'며 정부를 비난하고 나섰고,벌써부터 '광우병을 예방하는 법'이라는 제목으로 키스금지,외식금지 등의 황당한 해법까지 등장하고 있다.



◆미국은 광우병 위험지역?


현재 미국에서 사육되고 있는 소는 모두 1억여마리에 달한다.

이 중 몇 마리가 광우병에 감염됐을까.

2003년과 2005,2006년에 각각 1건씩,모두 3마리가 감염됐다.

국제수역사무국(OIE)에 따르면 광우병은 1986년 영국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지난해 말까지 전세계 25개국에서 19만218건이 발생했다.

영국이 18만4651건으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아일랜드가 1623마리,포르투갈이 1029마리 등으로 다발지역으로 꼽힌다.

결국 통계상으로 보면 미국은 광우병 청정지역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다발지역이라고 할 수는 없는 곳이라는 결론이다.

OIE는 미국에서의 광우병 발병위험과 관련,'100만마리당 0.02마리'로 분석한 바 있다.

게다가 세계적으로 한 해 수만건씩 발병하던 광우병은 동물성 사료에 대한 금지조치가 시행된 1990년대 말 이후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해에는 11개국에서 141건이 발생하는 데 그쳤고 올 들어 발생추이를 보면 수십 건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에서도 동물성 사료 금지조치를 시행한 1997년 8월 이후엔 광우병 발병이 전혀 보고되지 않았다.

◆우리 집 식탁에도 올라오나

미국이 광우병 다발지역이 아니라 하더라도 광우병 소가 수입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광우병 감염된 소를 고의든,실수든 도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수출국인 미국 정부의 광우병 검사가 얼마나 철저하게 이뤄지느냐가 중요한 포인트다.

일부에서는 미국이 도축소의 0.1% 정도만 광우병 검사를 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미국은 고위험군 소를 대상으로 광우병 검사를 실시하는 체계"라며 "광우병 검색확률이 거의 없는 정상 소를 많이 검사하는 것보다 임상증상을 보이거나 일어서지 못하거나,생체검사에서 불합격판정을 받은 소 등 고위험군에 속하는 소를 검사하는 것이 광우병 예찰효과에 있어 훨씬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제기준상 7년간 예찰점수가 누적 30만점 이상이어야 하지만 미국은 최근 7년간 297만점을 얻었다.

◆광우병 걸린 소를 먹었다면

사람에게 광우병을 일으킬 특정위험물질(SRM)은 뇌(64.1%),등뼈 및 척수(25.6%),소장의 끝(3.3%),비장(0.3%),눈(0.04%),편도,머리뼈 등 7개 부위에 집중돼 있다.

30개월 월령 이상된 소의 SRM을 식용하면 광우병 위험이 높다.

지금까지 광우병은 99%가 30개월 월령 이상된 소에서 발생했다.

따라서 한국인이 많이 먹는 곱창과 설렁탕 또는 사골탕에 이런 소의 회장(소장의 끝)이나 등뼈 머리뼈가 들어가면 광우병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

그래서 정부는 30개월 월령 이상 소의 SRM 수입을 금지키로 했다.

이에 비해 갈비뼈나 다리뼈 등은 안전하다.

광우병의 원인인 변형 프리온은 주로 뇌 척수 등 중추신경을 타고 퍼져나가기 때문이다.

미국인들도 뼈를 우려낸 육수(Beef stock)를 다양한 요리에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산 쇠고기나 기타 뼈로 곰탕 설렁탕을 우려내는 것은 이렇다할 문제가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한국인은 걸릴 위험이 높다는데

미국에 사는 200만 교포나 미국에 광우병이 처음 발병한 2003년 이후 미국을 다녀온 500만여명의 한국인에게 아직 이렇다할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다.

김용선 한림대 의대 교수는 정상 프리온 유전자의 129번 코돈 부위가 MM형인 사람의 비중이 서구인은 40%인 반면 한국인은 94.33%에서 나타났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MM형은 MV형이나 VV형인 사람에 비해 광우병에 걸린 소를 먹었을 경우 광우병에 걸릴 위험이 높은 것으로 연구돼 있다.

그러나 사람과 소 사이에는 종간 장벽이 존재하므로 소에게 감염된 광우병이 사람에게 나타나려면 소에 감염되는 양보다 훨씬 많은 양의 SRM을 섭취해야 한다는 사실이 과학계에서 널리 인정받고 있다.

신동천 연세대 의대 교수는 "한국인이 유전자 때문에 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1000만분의 1이냐 2냐에 대한 얘기지 그냥 1이냐 2이냐의 문제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정종호/김인식 기자 rumba@hankyung.com


광우병이란? 광우병에 걸린 소 등으로 만든 사료를 먹어서 감염되는 소의 신경성 질병.원인체는 프리온 단백질이며 증상은 소의 뇌 조직이 스펀지 모양으로 변형돼 갑자기 난폭해지고 사망에 이른다.

변형 프리온 단백질이 축적되는 부위를 특정위험물질(SRM)이라고 한다.

국제수역사무국(OIE)에서는 SRM을 제거한 쇠고기는 안전하다고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