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학비 벌려고 여성이 군입대…"로스쿨 낭인" 우려
올해 첫 응시생 2만명 이상, 5만명까지 달할 듯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첫 신입생 선발요강이 발표되고 법학적성시험(LEET) 예비시험 일정이 공고되면서 법조인을 꿈꾸는 이들이 막판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급증한 로스쿨 학원가에서 밤 늦도록 논술, 추리 공부에 열중하는 수험생 가운데는 대학생 못지않게 30∼40대 직장인들의 모습도 많이 볼 수 있다.

상사 몰래 학원에 다니고 있는 대기업 직원, 어린 시절의 꿈을 잊지 못해 오랫동안 운영해 온 병원을 접기로 한 40대 의사 등 법조인으로 변신하고픈 욕망에는 직업도 나이도 상관 없다.

◇ 대입 방불케 하는 열기

지난 18일 오후 9시 서울 강남의 P로스쿨 학원. 정규 수업이 없는 이날 한 강의실에서는 언어이해 특강이 한창 진행 중이다.

강의실을 가득 메운 37명의 수강생 가운데 대학생은 20여 명, 직장인도 10여 명이나 된다.

강사가 윤대성의 희곡을 통해 언어의 특성을 설명하는 동안 학생들은 시종 진지한 표정으로 지문에 밑줄을 긋거나 동그라미를 치며 메모에 열중했다.

오후 7시 시작된 수업은 9시20분이 돼서야 휴식을 위해 잠시 중단됐다.

일부 학생은 그 시간도 아까운 듯 휴게실로 가는 강사를 뒤쫓아가 질문을 쏟아냈다.

P학원장은 "작년 12월 개원해 현재 400여 명의 학생들이 로스쿨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 중 160여 가량이 직장인들이며 특히 절반 가량은 직장을 그만둔 채 시험 준비에만 전념한다"고 말했다.

신림동 B로스쿨 학원장은 "온라인, 오프라인 수강생을 합쳐 모두 600여 명의 수강생이 등록한 상태"라며 "오프라인 수강생의 출석률은 100%에 달할 정도로 다들 목숨 걸고 공부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 "첫 응시생 2만명…장기적으로 5만명 육박"

20일 현재 네이버, 다음 미디어 양대 포털사이트에는 로스쿨 관련 온라인 카페 약 400여 개가 등록돼 있으며 유명 카페의 경우 평균 1∼2만명, 많게는 6만명 가량이 가입해 있을 만큼 로스쿨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로스쿨 지망생 수가 어느 정도인지는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첫 응시생 수는 적어도 정원의 10배가 넘는 2만명 선이 될 것으로 학원가는 보고 있다.

P학원장은 "로스쿨 시험은 사법시험 대비하듯 꼭 학원에 다니며 준비할 필요는 없다는 점에서 첫회 응시생 수가 사시 응시생 수(2만명 내외)보다 더 많을 것"이라며 "나중에는 5만명 선까지 증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20대 후반에서 30∼40대의 직장인들 사이에 로스쿨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로스쿨을 준비하는 대학생과 직장인 비율은 학원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략 4대 6 혹은 5대 5로 정도.
역삼동의 H로스쿨 학원은 재학생 대 직장인 비율이 3대 7정도며 신촌에 있는 D학원과 P학원은 비율이 5대 5 수준이다.

한 학원 관계자는 "직장인의 경우 시간을 자유롭게 낼 수 없어 아직 학원에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시험에 응시하는 비율은 직장인이 70%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직장인 왜 로스쿨로 몰리나

강남역 부근에 위치한 모 성형외과 원장인 조모(44)씨는 최근 낮에는 진료를 하고 밤에는 로스쿨 공부에 매달린다.

조씨는 "20년 간 의사를 했지만 법조인이 적성에 맞는 것 같다"며 "사법시험을 볼까 고민하던 참에 로스쿨이 도입된다는 걸 알고 도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의 유명 사범대를 졸업하고 실업계 고교에서 3년 간 교사로 재직해 온 김모(30.여)씨는 최근 직장을 그만둔 채 로스쿨 준비와 과외, 아르바이트 등을 병행하고 있다.

김씨는 "법조인이 되고 싶어 대학생 때 1년 가량 사시 준비했었다.

교사로서 안정적인 생활을 해 왔지만 꿈은 버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유명 사립대를 졸업한 김모(23.여)씨는 로스쿨 준비 자금을 모으려고 생활비가 전혀 들지 않고 꼬박꼬박 돈을 저축할 수 있는 군에 입대하기로 했다.

김씨는 "학원비, 등록금, 생활비 등을 합쳐 로스쿨을 준비하는 데 억대의 돈이 든다"며 "집안의 도움을 기대할 수도 없어 돈도 모으고 공부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군인이 되기로 했다"고 말했다.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모 기업체에서 9개월 간 근무한 이모(29)씨는 "희망했던 회사였기 때문에 처음에는 열심히 일하며 만족하려고 했지만 점차 미래의 내 모습에 자신이 없어졌다"며 "로스쿨을 통해 삶을 바꿔보고 싶다"고 했다.

◇ "`로스쿨 낭인' 양산 우려"

로스쿨을 거쳐 법조인이 되는 데 최소 3년 이상의 시간과 1억원 이상의 비용이 드는 점을 감안할 때 지나친 로스쿨 열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로스쿨 지망 직장인들 상당수는 로스쿨 준비를 위해 직장을 그만뒀거나 그만둘 의사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로스쿨비상대책위원회 상임 공동집행위원장인 이창수 새사회연대 대표는 "사시처럼 변호사 숫자를 심하게 제약하고 있을 뿐 아니라 변호사 자격시험까지 별도로 두고 있는 현행 로스쿨 제도의 특성상 시험에 장기간 매달려 있는 `로스쿨 낭인'이 양산될 우려가 있어 보완책 마련이 절실히다"고 말했다.

김한명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책국장은 최근 직장인 한 명이 로스쿨을 준비에서 졸업까지 들어가는 비용은 기회비용을 포함해 모두 1억9천만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무엇보다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 방안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js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