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동맹 구축, 군사.외교.사회.문화 전분야 관계 확충
북핵공조.한미FTA.비자면제프로그램 등 구체적 성과도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간 19일(현지시각) 정상회담은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두 나라 정상은 이전 진보 정권 10년 간 손상된 한미동맹을 최대한 신속히 복원하는 동시에 그간의 `전통적 우호관계'를 `전략적 동맹관계'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합의, 양국 관계가 한 차원 더 높은 수준으로 확대심화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다.

특히 부시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이 대통령을 `캠프 데이비드'로 초청해 돈독한 우의를 다지고, 이를 전 세계에 과시한 것은 한미관계의 새 단계 진입을 상징해 주기에 충분했다는 분석이다.

미국 조야에서도 이 대통령의 첫 방미를 계기로 벌써부터 한국에 대한 우호적 여론이 조성되고 끈끈한 한미동맹에 대한 기대감이 표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정상은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최근 국제 정세와 안보 수요가 급변함에 따라 한미동맹도 새롭게 변화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면서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 시장경제의 가치와 신뢰를 기반으로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21세기 전략동맹'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이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미동맹에 대한 미래비전을 더욱 구체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21세기 전략동맹은 ▲서로 공유하는 가치와 이익의 공감대를 굳건히 하는 `가치동맹' ▲군사동맹을 넘어 경제.사회.문화동맹 등 포괄적 분야로 확대하는 `신뢰동맹' ▲동아시아지역 및 범세계적 차원의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평화구축동맹' 등 크게 3가지.
양국은 이를 토대로 `한미동맹 미래비전'을 가다듬어 나갈 예정이다.

양국은 오는 7월께 있을 것으로 보이는 부시 대통령의 방한과 2차 한미정상회담 때 미래비전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한미동맹의 범위를 군사분야 뿐 아니라 정치, 경제, 외교, 문화 등 양자간 전반적인 관계로 확대 심화하고, 지역적으로도 한반도에 국한된 상호방위조약이 아니라 동북아 및 다자 질서, 국제안보를 포함한 범세계적 문제에 대한 협력으로 발전시켜 한미간에 다층적이고 포괄적인 동맹관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양 정상이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양 정상은 첫 만남을 통해 포괄적인 전략적 동맹관계 구축 이외에도 북핵문제에 대한 확고한 공조,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 처리 모멘텀 확보, 주한미군 3천500명 추가감축 중단, 한국의 미국산 무기구매국(FMS) 지위를 나토.일본 수준으로 향상, 한국의 미 비자면제프로그램 가입 양해각서 체결, 미 쇠고기 한국 수입 전면 허용, 방위비 분담금제도 개선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이 가운데 한미 FTA와 쇠고기 수입 문제, 한국의 FMS 지위 격상과 방위비 분담금 제도 개선은 서로 `주고받기식' 협상의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북핵문제와 관련, 양 정상은 어떤 경우에도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할 수 없다는 점을 재확인하면서 북핵의 조속 폐기 및 평화적 해결을 위해 6자회담 등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는 북한이 최근 대남(對南)공세를 강화하면서도 미국과의 대화에는 적극적인 이른바 `통미봉남'(通美封南) 정책을 구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에서 의미있는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한국 입장에선 미국과의 철저한 공조를 바탕으로 북한이 핵 위협에 당당하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동시에 북한의 통미봉남 기도를 무력화할 수 있는 최소한의 담보장치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이 대통령은 그간 "북한이 한국을 제끼고 미국과 한다는 전략은 성공할 수 없고 그렇게 될 수도 없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해 왔다.

양 정상은 또 북한의 완전한 핵 프로그램 신고가 지연되고 있는데 대해 우려를 표명한 뒤 북한이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 신고 등 핵폐기를 위한 실질적 조치를 취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제반 조치를 취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입장을 같이했다.

즉, UEP 등에 대한 북한의 `간접시인' 방식을 통해 미국이 북핵 검증이 끝나기 전에 대북제재 가운데 일부를 해제하고 한국이 이를 기꺼이 수용하는 시나리오로, 이는 남북관계 및 북미관계 개선의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양 정상이 북핵문제 진전이 가시화되는 것을 봐가며 직접 관련 당사국간 별도의 `포럼'을 적절한 시기에 출범시키는데 인식을 같이 함에 따라 향후 한반도 평화구축 논의도 급물살을 탈 공산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이 대통령이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 대북 경제지원을 통해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을 3천 달러로 끌어 올린다는 `비핵.개방.3천 구상'과 방미기간 전격 제안한 남북연락사무소 설치 제안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지지를 이끌어 낸 것도 결코 의미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새 정부 대북정책의 근간이 될 이들 구상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했다는 의미에서다.

한미 FTA에 대한 모멘텀이 되살아나면서 양국 의회에서의 비준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큰 성과 중 하나다.
양 정상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미 FTA가 양국의 경제뿐 아니라 모든 분야의 교류협력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는 촉진제가 될 것으로 평가하고 한미 FTA의 조속한 비준을 위해 양국 정부가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 하원이 최근 미.콜롬비아 FTA 비준안 처리를 거부하면서 한미 FTA 비준안 처리에도 `빨간불'이 켜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양 정상이 금년내 의회비준을 목표로 공동보조를 취하기로 한 것.
한미 FTA는 한미동맹 강화와 궤를 같이 하는 의제로, 두 가지 의제는 어느 것이 먼저라 할 수 없을 정도로 양국이 중시하는 사안이다.

이 대통령이 방미기간 자리의 성격을 불문하고 가는 곳마다 한미 FTA 조기발효 필요성을 역설한 것이나 미 백악관이 이번 정상회담의 첫번째 의제는 한미 FTA가 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한미 양국이 18일 한미 쇠고기 협상을 조기에 타결지은 것도 한미 FTA를 염두에 둔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미 의회는 그동안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지 않을 경우 한미 FTA 비준안을 통과시키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따라서 한미 쇠고기 협상이 타결된 만큼 한미 FTA 비준 문제도 한층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18일 이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쇠고기 협상 타결이 한미 FTA 비준에 중요한 모멘텀(전환점)이 될 것이다. 농민들의 지원 없이는 어느 나라도 자유무역 정책을 펴기가 어려운데 이번 타결이 큰 힘이 됐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양 정상은 양국간 실질 경제협력 확대 방안, 범세계적 문제에 대한 공동 대처 방안에 대해서도 합의했다. 우선 경제협력 확대 방안과 관련, 양국은 한국의 미국비자면제프로그램(VWP) 가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18일 체결했다.

이르면 올해 안에 관광과 사업 등의 목적으로 3개월 이내 단기체류를 위해 미국을 방문할 경우 비자를 받지 않고 입국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양국은 이 조치가 경제.사회.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관계를 한 단계 격상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사회경제 차원에서 이뤄지는 양국간의 관계 심화가 한미동맹의 지속성을 담보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얘기다.

양 정상이 양국 청소년들간 교류확대를 위해 한미 청소년 교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관련 프로그램의 확대 등을 통해 민간.학술 분야에서의 협력증진 방안을 계속 모색하며, 평화봉사단원들의 재방한 계획을 추진키로 한 것도 양국간 실질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다. 당장 우리 정부는 청소년 교류와 관련, 올해 안에 교포 2세 400명과 미국인 100명 등 총 500명의 원어민 교사를 채용키로 했다.

기후변화와 에너지안보, 환경, 재난구조, 초국가적 범죄, 인권문제, 대테러 국제연대,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PKO(평화유지군) 활동 등 범세계적 이슈에 관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한 것도 의미가 적지 않다.

이는 21세기 전략동맹 3원칙 중 `평화구축동맹' 및 새 정부의 `글로벌 코리아' 구상과도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한반도와 동아시아에서 벗어나 `세계 속의 한국'으로 거듭 나려면 세계 10위의 경제 규모에 걸맞은 `지원외교', `기여외교'를 펼쳐야 한다는 게 새 정부의 방침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해외 추가 파병 등이 불가피해 논란이 일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양 정상은 이날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재건이 세계의 안전과 평화에 긴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혀 향후 우리 군과 경찰의 해외파병 가능성을 열어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캠프 데이비드연합뉴스) 황정욱 심인성 이승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