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소액 기부자들의 작은 정성을 바탕으로 소위 '풀뿌리'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WP)는 이러한 일반의 평가와는 달리 오바마가 이번 선거에서 역대 최대규모의 기부금을 끌어모을 수 있었던 것은 소위 '부와 권력을 가진 자'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11일 지적했다.

신문에 따르면 오바마 진영에는 억만장자 5명을 비롯, 모두 79명의 번들러가 활동하고 있으며 이들은 각각 20만달러 이상의 기부금을 끌어모았다.

주변의 여러 사람에게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부탁하고 이들로부터 거액의 돈을 모아 후보에게 전달하는 사람을 '번들러(bundler)'라고 부른다.

번들러들은 18명의 대형 로펌 임원과 21명의 월가(街) 중역, 포천지가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의 파워브로커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들에게 설득돼 개인 한도액인 2천300달러를 꽉 채워 기부한 사람만도 2만7천명이 넘는다.

신문은 2억4천만달러에 달하는 오바마의 선거자금에서 200달러 이상을 내놓은 기부자들로부터의 모금액이 차지하는 비율이 거의 절반 가량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오바마가 백악관에 입성할 경우 이들 번들러가 선거자금을 빌미로 국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들 수 있다는 것.
실제 이들 중 다수는 오바마의 정치적 입장과는 정반대 위치에 서 있다.

예컨대 시카고 소재 시타델 인베스트먼트 그룹을 소유한 억만장자 케네스 그리핀이 오바마의 선거운동을 돕기 시작한 것은 자신에게 유리한 세금법상 허점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미 의회를 상대로 적극적인 로비를 펼치면서부터다.

그리핀은 1년전 오바마를 자신의 회사로 초대했으며 그 다음달 이 회사 직원 및 가족들은 오바마에게 거의 20만달러의 기부금을 내놓았다.

그리핀은 이전까진 공화당 대선후보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비롯한 공화당 후보들을 지지해 왔었다.

또 필라델피아 강안(江岸)에 카지노를 세우겠다는 계획으로 현지 주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부동산 개발업자 닐 G.블럼은 가족들과 함께 오바마 진영에 7만8천달러를 기부했다.

블럼은 사업 파트너들을 상대로도 모금운동을 벌여 수만달러의 기부금을 모았지만 정작 오바마는 도박을 반대하는 입장이라 주변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블럼의 카지노 개발 계획을 반대하는 한 주민은 "오바마가 도박을 비판하는 말을 들은 뒤 오바마에게 투표하기로 마음을 바꿨었지만, 지금은 누구에게 투표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hwang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