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하겠다며 옛 여자친구에게 만나줄 것을 애걸하는 남성에게 라이터를 던져준 새 남자친구가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서울 동부지법 형사11부(조현일 부장)는 휘발유를 끼얹고 나타나 분신하겠다고 윽박지르는 A씨에게 `뜻대로 하라'며 라이터를 던지고 떠나 자살하도록 한 혐의(자살방조)로 기소된 B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작년 9월 휘발유통을 들고 송파구 한 PC방에서 B씨와 함께 있던 옛 여자친구 C씨를 놀이터로 불러내 "너 보는 앞에서 죽을 테니까 평생 후회하며 살라"고 협박했다.

옛 여자친구가 아랑곳하지 않고 PC방으로 되돌아가자 그는 온 몸에 휘발유를 끼얹은 뒤 PC방으로 따라들어가 애걸과 공갈을 되풀이했다.

휘발유 냄새가 진동해 놀란 PC방 업주가 경찰에 신고하자 이들 세 명은 내몰리듯 밖으로 빠져나왔다.

A씨는 떠나려는 B씨와 C씨의 승용차를 막아서며 "차에서 내리지 않으면 보는 앞에서 죽어버리겠다.

몸에 불을 붙이겠다"고 말했다.

이에 C씨의 새 남자친구인 B씨는 "그럼, 그냥 죽어라. 죽을 테면 죽어봐"라며 창밖으로 라이터를 내던졌고 A씨는 30초 정도를 머뭇거리다가 건네받은 라이터로 몸에 불을 붙인 뒤 숨졌다.

B씨와 그의 변호인은 법정에서 "라이터를 준 건 사실이지만 그걸로 분신할 것이라고는 예상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자살을 방조할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가 수차례 분신하겠다고 한 만큼 B씨는 A씨가 자살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면서 라이터를 준 것이라며 자살을 방조한 데 적어도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씨가 자살을 충동질하는 말을 하고 라이터까지 건네준 만큼 죄질이 나쁘다"며 "B씨는 A씨의 유족에게 일절 사죄하거나 피해를 변제하지 않았고 잘못에 대해 충분히 반성도 하지 않아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