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는 '대가(大家) 따라잡기'라는 투자법이 있다.

최소 10년 이상 뛰어난 성과를 기록한 투자가들의 포트폴리오를 분석하고 그들이 공통적으로 매입한 종목을 사들이는 방법이다.

심지어 일부 대가들조차 또 다른 대가를 따라 투자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인물이 가치투자의 전설로 불리는 펀드인 '트위드브라운'의 크리스토퍼 브라운이다.

그는 추가 부실 여부 문제를 점검하기 위해 웰스파고 은행에 대해 조사하고 있었는데,월스트리트의 대표적인 애널리스트 2명이 정반대의 의견을 내놓고 있었던 탓에 고심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세계 최고의 일류 애널리스트가 이 회사의 주식에 대해 '매수 의견'을 내놓는 것을 보면서 바로 그 주식을 매입했다.

그 애널리스트는 다름 아닌 워런 버핏이었다.

버핏이 직접 매입이란 형태를 통해 자신의 매수 의견을 현실화했던 것이다.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이후 미국에서 대가로 꼽히는 펀드매니저들의 포트폴리오를 인터넷으로 검색해봤다.

재미난 공통점을 발견했는데 그것은 바로 그들이 서브프라임 사태에도 금융주 비중을 상당히 늘렸다는 점이다.

역발상 투자의 대가로 꼽히는 데이비드 드러먼의 포트폴리오에서 최대 보유 종목은 씨티코프였다.

15년 동안 S&P500지수 수익률을 능가한 레그 메이슨 트러스트의 윌리엄 밀러도 금융회사인 워싱턴뮤추얼 주식을 대거 매입했다.

트위드브라운의 포트폴리오에서도 전체 산업별 비중에서 금융 섹터가 가장 높았다.

채권왕으로 불리는 미국 채권시장의 큰 손 핌코의 빌 그로스도 최근 금융채권을 대거 매입했다.

이는 1970년대 말과 1980년대의 크라이슬러 사태와 저축대부조합 위기와 매우 흡사하다.

자동차 회사 크라이슬러가 부도 위기에 몰렸을 때 정부는 지급 보증에 나섰고 뛰어난 일부 투자자들은 이 회사의 주식을 대거 매입했다.

전설적인 펀드매니저 피터 린치의 최대 보유종목이 크라이슬러였고 존 템플턴 경과 유럽 증시의 전설 앙드레 코스톨라니도 이 주식에 투자했다.

저축대부조합을 그 어떤 펀드매니저보다 더 많이 사들였던 인물도 피터 린치였다.

일부 투자 대가로 꼽히는 인물들이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금융주 비중을 대폭 늘린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첫째,좋은 투자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최악의 순간에 투자해야 한다는 점이다.

일류 투자가들의 공통점은 바로 역발상 투자에 있다.

둘째,서브프라임 사태가 어느 정도 계속될 것인지 정확히 가늠할 수 없지만 투자 대가들은 지금 시기를 저가 매수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투자 대가들의 매매 행태를 보면서 현재 펀드 투자자들 앞에 놓인 과제는 시장을 탈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금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이사 lsggg@miraeasset.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