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요코하마 PRGR레이디스컵(총상금 8000만엔) 최종라운드가 열린 고치현 고난의 도사CC(파72).일본무대 데뷔전에 나선 신지애(20·하이마트)는 15번홀까지 1타를 줄인 반면,일본의 '간판' 요코미네 사쿠라는 버디 2개와 보기 2개로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공동 선두인 상황.쏟아지는 빗속에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우승다툼이 전개됐다.

위기는 신지애에게 먼저 왔다.

16번홀(파4)에서 티샷이 OB가 나면서 '더블 보기'를 한 것.두 홀 남기고 2타 뒤진 신지애는 2위에 머무르는가 했다.

그런데 요코미네도 18번홀(파4·370야드)에서 짧은 퍼트를 놓치며 '3온3퍼트'로 더블 보기를 하고 말았다.

승부는 연장으로 넘어갔다.

18번홀에서 계속 치러진 연장 첫 번째 홀에서도 신지애는 불리한 상황을 맞았다.

두 선수 모두 버디기회를 잡았으나 홀까지 거리는 신지애가 1.5m,요코미네가 80㎝였다.

신지애의 버디퍼트가 홀을 외면해 승부가 결정되는가 했으나,요코미네의 우승 퍼트도 홀을 스치고 말았다.

한·일전 때 연장전 최종 주자로 나서 1m도 안되는 퍼트를 실패한 장 정을 연상시키는 장면이었다.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두 선수는 다시 피말리는 경기를 이어갔다.

승패는 연장 네 번째홀에 가서야 가름났다.

몇 차례의 위기를 벗어난 신지애가 약 9m 거리에서 회심의 버디퍼트를 성공하며 파퍼트를 앞둔 요코미네를 따돌린 것.지난해 말 제8회 교라쿠컵 한일여자골프대항전에서 일본선수에게 2패를 당한 아픔을 단숨에 씻어버린 통쾌한 역전승이었다.

홀 주변에 몰려 있던 수백명의 일본 갤러리는 요코미네의 어이없는 패배에 실망한 듯 우승선수에게 박수조차 보내지 않았다.

지난해 국내에서 9승을 올리며 '적수'를 찾지 못한 신지애는 이번 우승으로 일본골프계에 뚜렷한 인상을 남기면서 미국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신지애는 1440만엔(약 1억4500만원)의 우승상금과 함께 벤츠승용차(C클래스 200)를 부상으로 받았다.

2주 전 송보배(22·슈페리어)가 다이킨오키드에서 일본무대 첫 우승컵을 안은 데 이어 이번에 신지애가 우승함으로써 2008년 JLPGA투어에서 '한국선수 돌풍'을 예고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