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범죄는 재범이 다수
범죄자 사후관리.치료와 처벌강화 필요

이혜진(11).우예슬(9) 양 실종사건으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잔혹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수년 전부터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성폭행, 살해 등 강력범죄가 잇따르고 있지만 경찰은 예방은 커녕 범인 검거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범죄자 사후 관리와 강력한 처벌, 성범죄자에 대한 정신과.약물 치료 등을 통해 아동범죄를 상당수 예방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제로 남은 '부천 초등생','포천 여중생' 피살사건


지난 2004년 1월30일 오전 11시30분께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에 사는 윤모(당시 13.초6). 임모(당시 12.초5)군 등 초등생 2명이 마을 야산 정상 부근에서 손발이 묶이고 알몸상태로 숨진채 발견됐다.

목이 졸려 숨진 두 어린이는 시신 발견 16일 전 운동하러 간다며 집을 나간 뒤 실종됐다.

경찰은 '아이들이 사건 당일 한 남자를 따라갔다'는 목격자 진술을 확보, 1개월여가 지난 2월 17일 인근에 사는 중학생 P(14)군을 용의자로 긴급체포했으나 물증 확보에 실패했다.

이로 인해 경찰은 '물적증거 없이 중학생을 체포하는 등 강압수사를 했다'는 여론의 뭇매만 맞은 뒤 수사는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같은해 2월 8일에는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의 한 배수관 안에서 중학생 엄모(15) 양이 실종 3개월여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중 집 근처에서 실종된 엄양은 알몸 상태로 손.발톱에 빨간색 매니큐어가 칠해져 있었고 엄양의 시신이 들어있던 배수관은 TV포장용 종이상자로 가려져있었다.

경찰은 범인이 성적으로 일탈된 행동을 하는 '물품 음란증' 성향이 있다고 판단, 여성 상대 전과자나 변태 성욕자들을 수사했지만 결정적 단서를 찾지 못하고 사건은 지금까지 미제로 남아있다.


◇아동 성범죄는 재범률 높아

2006년 2월 17일 서울 용산구 용문동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53)씨가 같은 동네에 사는 허모(11) 양을 성추행한 뒤 흉기로 살해했다.

이후 김씨는 자신의 아들과 함께 경기도 포천의 인적이 드문 야산에 시체를 버린 뒤 불에 태우는 잔혹함을 보여 충격을 더했다.

이번 혜진.예슬 양 사건과 같이 같은 동네에 사는 이웃이 어린이를 상대로 한 잔혹한 범죄를 저질러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던 이 사건은 김씨가 반년 전 아동 성추행을 저질러 구속됐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경찰의 아동성범죄자 관리실태에 대한 비난을 불러일으켰다.

김씨는 2005년 7월에도 가게에서 5세 여아를 강제 추행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가 9월께 보석으로 풀려난 뒤 5개월만에 다시 참혹한 범죄를 저질렀다.

2006년 4월 25일에는 서울 마포 지역에서 초등생 5명을 성폭행한 이모(31.중고차 판매상)씨가 경찰에 검거됐다.

이씨는 2006년 4월 서울 마포구에서 혼자 귀가하던 초등학생 A양을 승용차로 납치해 성폭행하는 등 2004년 11월부터 2006년 4월까지 마포구에서 4명, 경기도 용인에서 1명 등 모두 5명의 초등생을 성폭행했다.

이씨 역시 사건 발생 10여년 전인 1993년 두 차례 특수강간으로 검거됐으나 모두 집행유예로 풀려난 것으로 밝혀져 경찰의 성범죄자 관리에 허점이 부각됐다.

이번 안양 초등생 사건의 피의자 정모(39.전과7범)씨도 지난 2004년 경기도 군포 전화방 도우미 실종사건의 용의선상에 올라 경찰조사를 받았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범죄자 사후관리와 강력 처벌 필요

전문가들은 "어린이들을 상대로 한 강력범죄는 용의자를 특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건 수사는 어렵지만 범죄자 사후관리 등을 통해 상당수 예방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또 아동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 및 신상공개 및 전자팔찌 제도 등 강력한 사후 통제 방안 마련의 필요성도 지적했다.

경찰대 행정학과 표창원 교수는 "아동 대상 범죄의 동기는 돈이나 성적 목적으로 크게 이분할 수 있는데 이 중 돈을 노린 경우는 초범이 많지만 성범죄의 경우 재범률이 높다"며 "전과자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상당 부분 예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표 교수는 "아동 범죄자들의 경우 재범 가능성과 반사회성 등을 철저히 진단해 정신과적.범죄심리학적 치료와 감시 및 통제를 병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인권침해 문제' 등으로 90년대 후반부터 폐지된 전과자 관리카드 제도 등 보호관찰 기능 강화도 재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아동범죄의 경우 평균 형량이 1년 반~2년으로 사안의 심각성과 죄질에 비해 처벌이 너무 약하다"며 "또 실형을 받는 경우는 전체 사건의 10%, 기소율이 20%에 불과하다.

나머지 80%는 무혐의 처리된다는 얘기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수사과정에서도 아이들의 진술을 '일관성이 부족하다'며 증거로 채택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세번 네번 물어도 똑같이 일관된 진술을 하는 아이들이 어디 있느냐. 그런 과정 때문에 성범죄자의 집행유예 비율이 높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미국 등 서구사회에서는 단 한번의 피해아동 진술이 증거자료가 되고 성추행 등 모든 성범죄를 성폭력으로 엄단, 강한 처벌과 신상공개, 정신과.약물치료까지 병행한다"며 "말하자면 어린이에 대한 성적관심을 가지면 평생 감시대상이 된다는 얘긴데 우리나라도 그런 의미에서의 제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양연합뉴스) 심언철 기자 press108@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