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낙관지수 2001년후 최저..美증시 비관론 급증

미국 경제 침체 우려가 갈수록 확산되는 가운데 기업의 돈줄을 쥐고 있는 재무책임자(CFO)들이 '침체가 장기 국면'이라고 어둡게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경기 둔화의 골이 더욱 깊어졌음을 뒷받침했다.

미국 듀크대가 CFO 매거진과 함께 미국내 475명을 포함해 아시아와 유럽 등에서 모두 1천73명의 CFO를 대상으로 지난 7일까지 실시한 조사 결과는 로이터가 7-12일 월가 실물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미 경기 전망과 같은 맥락으로 나왔다.

12일 공개된 로이터 조사 결과는 올해 미국이 침체에 빠질 확률이 60%로 나와 지난달 조사 때의 45%보다 크게 증가했다.

또 올 1.4분기 성장이 제로 혹은 마이너스일 것이라는 전망이 중론으로 나왔다.

지난달 조사 때는 그나마 올 1-3월중 미 경제가 0.2% 가량 성장할 것이란 기대감이 제시됐다.

블룸버그가 12일 보도한 듀크대-CFO 매거진 조사는 응답자의 54%가 '미국이 이미 침체에 빠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24%는 '연내 침체에 빠져들 것'이라고 응답했다.

경기 전망에 대해 응답자의 근 4분의 3이 지난해 4.4분기 때보다 경제가 더 안 좋다는 견해를 보였다.

'경기낙관지수'도 52로 나와 미국이 마지막으로 침체에 빠졌던 지난 200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경기낙관지수는 1-100 스케일로 표시된다.

특히 응답자의 90%는 '미 경제가 내년에도 회복되기 힘들 것'이란 어두운 견해를 보였다.

또 신용 경색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기업의 평균 차입 비용이 지난해 4.4분기에 비해 1.18%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CFO들은 응답했다.

조사는 또 미국에 비해 유럽과 아시아의 CFO들이 자기네 경제 전망을 더 어둡게 내놨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경우 응답한 CFO의 3분의 2가 '미국발 침체가 기업 수익과 수출에 타격을 가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가운데 투자자들도 미국 증시를 지난 98년 9월 이후 가장 어둡게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증시 애널리스트들이 작성하는 투자권고 보고서의 43.3%가 약세장을 전망했다.

이는 한주 전 평균치 36.6%보다 증가한 것이다.

투자정보 분석기관 인베스터스 인텔리전스는 12일 미 증시를 낙관적으로 전망한 보고서 비율이 31.1%에 불과했다면서 이것이 지난 2002년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미국채 2년짜리와 10년짜리간 스프레드가 12일 나흘 사이 처음으로 확대됐다면서 이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이례적으로 유동성 공급에 적극적으로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신용경색 우려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음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채 2년짜리는 11일 96년 3월 이후 수익률이 최고치를 기록해 FRB 조치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높지 않음을 확인했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씨티그룹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의 채권시장 책임자 돈 알렉산더는 블룸버그에 "FRB의 개입이 '일회용 반창고'에 불과하다는 회의적인 견해가 시장에 많다"면서 "진작에 개입했어야 했는데 이미 전이 효과가 너무 커졌다"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존 립스키 수석 부총재도 12일 "국제 신용 경색이 이전에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악화됐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면서 따라서 "주요 중앙은행들이 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더 많은 대책을 내놔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날 FRB의 조치에 대해 "신용경색 완화에 도움은 될지 모르지만 만병 통치약은 아님"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파이낸셜 타임스는 12일 '미국이 일본식의 장기 슬럼프는 회피할 수 있다'는 믿음을 FRB가 여전히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모건 스탠리의 리처드 버너 수석애널리스트는 파이낸셜 타임스에 "갈수록 많은 실물경제학자들이 '미국이 이미 침체에 빠졌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면서 "이제 월가의 관심은 침체가 얼마나 심각하며 오래 갈 것이냐는 쪽에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선재규 기자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