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형 줄이고 분양 연기, 땡처리까지 '극약처방'

아파트 신규 분양시장에 찬바람이 불면서 건설회사들이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규제 완화가 기대되는 4월 총선 이후로 분양시기를 미루는가 하면 중대형 판매가 부진하자 중대형을 중소형으로 전환하는 회사도 있다.

일부 업체는 입주후에도 안팔린 미분양을 헐값에 넘기는 '땡처리'까지 감행하며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연초 분양물량 급증과 함께 늘어나는 미분양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한 '고육책'인 셈이다.

◇ 중소형으로 '바꾸고' = 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출 규제와 세금 부담으로 중대형 분양이 어려움을 겪자 중대형을 중소형으로 바꾸는 곳이 늘고 있다.

중대형은 청약률이 저조하지만 실수요층이 탄탄한 중소형은 비교적 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파주시에 아파트 분양을 준비중인 한 건설회사는 당초 66-165㎡대로 계획했던 이 아파트의 전용 85㎡ 이하 중소형 비율을 50-60%에서 90%대로 대폭 늘리고 중대형은 10% 미만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말 분양을 시작한 경기도 고양 식사지구의 '위시티 자이'도 시행사가 중대형을 중소형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이 아파트는 전체 4천507가구중 536가구를 제외한 88%가 중대형이고, 분양가도 3.3㎡당 1천500만원이 넘는 고가여서 고전하고 있다.

시공사인 GS건설은 "당초 중대형 고급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었으나 분양시장 환경 변화로 중대형 수요가 감소한 게 사실"이라며 "시행사가 수요층이 두터운 중소형으로 변경하는 게 낫다고 보고 인허가 문제를 검토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분양은 총선후로 '미루고' = 분양시장이 어둡자 아예 분양을 연기하는 회사도 있다.

4월 총선 이후 새 정부가 본격적으로 규제를 풀어준다면 시장이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한 몫하고 있다.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에 주상복합아파트를 분양하려던 동일하이빌은 당초 이달 7일 모델하우스를 개관하려 했으나 4월 중순 이후로 미뤘다.

뚝섬 등 고가 주상복합아파트 판매 동향을 지켜보면서 정부의 규제 완화도 기다려보겠다는 생각에서다.

대우건설은 시흥시 신천5차 푸르지오 434가구의 분양을 3월에서 일단 5월로 연기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분양시장이 나빠 섣불리 뚜껑을 여는 것보다는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며 "일단 총선 이후 시장 분위기를 봐가며 오픈 일정을 잡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방은 가뜩이나 시장도 안좋은데 정부가 올 상반기내 지방 공공택지에 짓는 아파트의 전매 제한 기간을 완화해줄 것으로 알려지면서 '눈치보기'가 두드러진다.

대림산업은 이달로 잡혀 있던 광주 광천지구(1천96가구), 울산 유곡동(650가구)의 분양을 총선이 끝나는 4월 이후로 미뤘지만 분위기에 따라 추가 연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견건설사인 한양은 연초부터 계획했던 천안 청수지구에 짓는 중소형 아파트의 분양을 5월 이후로 넘겼다.

한양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 대상으로 전매제한이 5년인데 정부가 기간을 완화해준다면 분양률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시장 상황을 봐가며 청약을 받겠다"고 말했다.

◇ 미분양은 '땡처리'라도 = 미분양이 크게 늘면서 전문 도매상이나 분양대행사에 미분양을 통째로 판매하는 일명 '땡처리'도 성행하고 있다.

중간 도매상에게 미분양을 분양가의 25-30% 싸게 넘기면 중간 도매상들은 여기에다 적정 이윤을 붙여 최종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식이다.

땡처리는 외환위기 당시 미분양 해소 차원에서 한 때 유행했다가 최근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이미 공사가 끝났는데도 주인을 찾지 못한 준공후 미분양에서 이런 경우가 많다.

재무구조가 탄탄한 회사로 알려진 중견 건설회사 S사는 최근 공사가 끝난 부산, 대구, 구미, 울산 등 지방의 미분양 물량의 통매각을 진행중이다.

분양회사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건실한 회사도 미분양이 생기면 자금난 악화로 당해낼 재간이 없다"며 "분양시장 침체가 계속된다면 땡처리라도 해서 숨통을 틔우려는 회사들이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s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