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B, 2000억弗 '새로운 방식' 공급

미 월가의 신용위기가 갈수록 심화되는 양상이다.

월가 금융회사들의 부실자산 추가상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번엔 미 5대 투자은행으로 꼽히는 베어스턴스의 유동성 위기설이 뉴욕 증시를 강타했다.

여기에 조만간 중대형 은행의 파산 사태가 발생할 것이란 경고도 이어지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이에 따라 새로운 자금대출방식인 '국채임대방식(TSLFㆍTerm Securities Lending Facility)'을 도입해 모기지연계증권(MBS)을 담보로 잡고 2000억달러를 공급하는 한편 유럽 중앙은행들과 맺은 통화스와프 한도를 확대키로 결정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베어스턴스가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는 소문이 돌면서 흉흉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베어스턴스 최고경영자(CEO)인 앨란 슈와츠가 "턱없는 소문"이라며 "앞으로 12개월 동안 채권을 추가 발행하지 않고도 무보증채권을 100% 상환할 수 있을 정도로 유동성은 충분하다"고 진화에 나섰는 데도 소문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베어스턴스의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면서 투자자들은 벤 버냉키 FRB 의장의 경고를 떠올렸다.

버냉키 의장은 지난달 말 의회에서 "대형 은행들은 위기를 넘기겠지만 중소형 은행들은 힘겨울 것 같다"고 말해 은행들의 파산 가능성을 제기했다.

억만장자 투자자인 윌버 로스도 이날 CNBC 방송에 출연해 "이번 위기가 예전과 다른 것은 아직 파산한 대형 금융회사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며 "조만간 중대형 은행 중에 파산 위기에 처하는 곳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신용위기가 심화되면서 금융회사들의 실적 전망도 하나같이 '흐림'이다.

모건스탠리는 이날 씨티그룹 등 미 10대 은행의 올 순이익이 작년보다 88억달러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씨티그룹은 1분기 월가 투자은행들의 부실자산 상각규모가 9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처럼 신용위기가 갈수록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자 FRB는 'TSLF'란 새로운 대출방식을 들고 나왔다.

매주 한 번씩 경매를 통해 국채전문딜러에게 국채를 빌려주는 방식으로 대출해 준다는 것.국채는 현금과 마찬가지여서 결국 현금을 빌려주는 효과가 있다.

주목할 것은 담보로 MBS를 잡는다는 점이다.

페디맥이나 프레디맥이 발행한 MBS는 물론 다른 회사가 발행한 AAA등급의 MBS를 담보로 인정키로 했다.

이는 유통시장이 완전히 마비돼 신용위기를 키우는 요인으로 지적됐던 MBS를 부분적으로나마 유동화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가장 문제가 되는 MBS시장에 숨통을 터주자는 게 FRB의 의도다.

FRB가 이 같은 방식을 선보이자 11일 뉴욕증시는 모처럼 큰 폭의 강세로 출발했다.

MBS가 유동화되면 신용경색도 부분적이나마 풀릴 것이란 기대에서다.

그렇지만 MBS를 완전히 사주는 게 아닌 데다 금융시스템이 무너져 돈이 돌지 않고 있어 어느 정도 효과를 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일부에서 FRB가 금융회사들이 갖고 있는 모기지채권을 직접 사주든지,버냉키 FRB 의장 말처럼 금융회사들이 대출원금의 일부를 탕감해주는 처방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시장의 관심은 이제 다음 주로 예정된 투자은행들의 1분기 실적에 쏠리고 있다.

실적이 예상보다 나으면 FRB의 금리인하와 맞물려 신용위기에 대한 불안감도 잦아들 수 있다.

반대로 실적이 좋지 않을 경우 금리인하 효과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

골드만삭스와 리먼브러더스는 오는 18일,모건스탠리는 19일,베어스턴스는 20일에 각각 1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