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이번엔 '마진콜' 공포
최우량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채권에 투자했던 헤지펀드와 모기지업체 등이 돈을 빌렸던 은행들로부터 증거금을 확충하라는 '마진콜(margin call)'을 당하고 있다.

이들은 증거금 마련을 위해 보유 채권을 일시에 매물로 내놓고 있어 채권 시장이 마비될지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일부는 증거금을 확충하지 못해 '디폴트(defaultㆍ채무불이행)' 위기에 몰리고 있어 연쇄 도산 가능성도 제기된다.이는 시장참가자들이 위험 자산에 투자했던 돈을 다시 회수하는 디레버리지(deleverageㆍ부채축소)가 광범위하게 진행된다는 의미로 신용경색 심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세계적인 사모펀드인 칼라일그룹 산하의 헤지펀드인 칼라일 캐피털은 6일 7개 금융회사로부터 3700만달러의 마진콜을 요구받았다.칼라일은 돈을 구하지 못해 4개 회사의 마진콜에 응할 수 없었다.이 중 한 업체는 칼라일에 대해 디폴트 처리하겠다고 경고했다.만일 칼라일이 계속해 마진콜 요구에 응하지 못할 경우 파산으로 내몰리게 된다.

이 같은 '마진콜 공포'는 뉴욕 증시를 끌어내렸다.다우지수는 1.75% 내렸으며 나스닥지수와 S&P500지수도 각각 2.30%와 2.20% 급락했다.불안감이 더욱 확산된 것은 칼라일이 국공채와 맞먹는 신용도를 가진 최우량 모기지 채권에 투자했음에도 한꺼번에 마진콜을 당했다는 점이다.칼라일은 주로 미 정부가 출자한 국책 모기지 전문기관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이 발행한 신용등급 'AAA'의 모기지 채권에 투자해왔다.

칼라일의 최우량 모기지 채권 투자액은 217억달러.이 가운데 고객으로부터 조달한 돈은 6억7000만달러에 불과하다.나머지는 투자은행들로부터 빌렸다.레버리지가 32배나 된다.이 과정에서 단기 환매조건부채권(RP)을 담보(증거금)로 발행했다.신용위기가 지속돼 이들 최우량 모기지 채권 가치가 하락하면서 문제가 일어났다.모기지 채권값이 하락하자 칼라일이 발행한 RP 가치도 떨어졌으며 금융회사들은 증거금을 확충하라고 요구(마진콜)하고 나선 것이다.

이런 과정은 작년 8월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에 투자했던 헤지펀드들이 홍역을 치렀던 것과 비슷하다.당시 서브프라임 전문 헤지펀들은 줄줄이 부도 위기에 몰리면서 일부는 파산하고 일부는 모회사가 부실을 떠안았다.이제는 최우량 모기지 채권에 투자했던 헤지펀드들도 위험에 처했다.실제 최우량 모기지 채권에 170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는 헤지펀드인 페로톤 파트너스는 지난주 마진콜을 당해 보유자산을 매물로 내놓았다.

최우량 모기지 채권보다 등급이 낮은 '알트에이 모기지 채권'에 투자했던 회사들은 더 심하다.손버그 모기지는 2800만달러의 마진콜 요청에 응하지 못해 디폴트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가 우량 프라임 모기지로까지 번진 것이다.이런 현상을 반영해 이날 뉴욕 증시에서 우량 모기지 채권을 갖고 있는 부동산투자신탁회사(Reitsㆍ리츠)의 주가가 동반 급락했다.씨티그룹은 모기지 자산 450억달러를 처분키로 했으며 JP모건체이스는 UBS가 보유 중인 240억달러 규모의 알트에이 모기지를 헐값에 팔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문제는 최우량 모기지 채권이 한꺼번에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경우다.이렇게 되면 채권값은 더 떨어지고 채권 시장은 마비될 공산이 크다.불안감을 느낀 금융회사들이 한꺼번에 대출 회수(디레버리지)에 나설 경우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질 가능성도 상당하다.신용위기가 진정되기는커녕 확산되는 분위기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


◆마진콜(margin call)=계약이행을 보증하기 위해 예치한 증거금이 부족해 이를 확충하라는 요구.보통 선물 거래에서 사용된다.선물 가격이 하락할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 도입됐다.환매조건부채권(RP) 등 채권 발행이나 대출에도 사용되고 있다.나중에 자금 회수를 담보하기 위해서다.마진콜에 응하지 못할 경우 최종적으로 부도 처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