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특검, 이건희 회장 조사 늦춰…수사기간 1차 30일 연장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4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1차 수사기간 안에 소환하지 않고 충분한 사전 조사가 이뤄진 뒤 소환해 조사키로 사실상 방침을 정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이 회장에 대해서는 아직 조사일정이 정해진 바가 없다"며 1차 수사기간 종료일(9일)인 주말까지 조사를 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특검팀은 이 회장이 `삼성 의혹'의 정점에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1차 수사기간 종료 이전에 조사해야 하는지 아니면 충분한 사전 조사가 이뤄진 뒤 2차 수사기간에 조사해야 하는지를 놓고 신중히 고민한 끝에 일단 조사 시기를 늦추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1월10일 출범 이후 50여일 간 수사해 온 특검팀은 수사대상 사건이 워낙 많고 의혹이 방대해 수사기간을 1차로 30일 연장해 다음달 8일까지 진행키로 했다.

특검팀은 이날 대통령에게 "현재 진행 중인 수사가 제반 절차에 시간이 걸려서 수사 완료를 못하는 사유가 있으므로 연장하고자 한다"는 취지의 `수사기간 연장사유 보고' 공문을 제출, 보고했다.

특검팀은 이날 오후 2시께 홍석현(59) 중앙일보 회장을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행' 배임 사건의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 1996년 에버랜드가 전환사채를 발행할 때 최대주주였던 중앙일보가 지분을 포기하고 결국 이재용 전무가 최대주주가 된 경위를 조사하고 피의자 신문조서를 작성했다.

특검팀은 또 홍 회장이 CB 인수를 포기한 대가로 1998년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중앙일보 주식 51만9천 여주를 무상 증여받아 경영권을 넘겨받았고, 99년 이 회장의 중앙일보 지분을 홍 회장에게 명의신탁하는 방식으로 중앙일보가 삼성그룹에서 분리한 것 아니냐는 위장 계열분리 의혹, `안기부 X파일'과 관련한 정.관계 로비 의혹 등도 조사했다.

홍 회장은 보광그룹 탈세 사건과 `안기부 X파일' 사건, 에버랜드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데 이어 네번째 수사기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홍 회장은 취재진에게 "조사 잘 받겠다"고 말했으며, 계열분리 의혹ㆍ주식 이면계약에 대해서는 "허위 주장이 있는데 이번 조사에서 명백히 밝혀질 것"이라고 짧게 답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한편 특검팀은 이날 고객 보험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하고 증거를 인멸한 의혹 등이 제기된 삼성화재의 권모 상무와 김모 부장을 조사했으며, 김용철 변호사도 참고인 신분으로 오후에 출석시켜 조사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안희 이한승 기자 zoo@yna.co.krprayerahn@yna.co.krjesus786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