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대통령이 저격 당했다'는 자극적인 홍보 카피를 내세워 관심을 모은 '밴티지 포인트'는 독특한 구성을 가진 할리우드 블록버터스다.

미국 개봉 첫주 2400만달러의 흥행 수입으로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주요 국가 정상들과 테러 근절을 위한 협약을 맺는 날 정오 스페인의 마요르광장에서 미국 대통령(월리엄 허트)이 총격을 당한다는 게 핵심 사건.

영화는 시간을 과거로 계속 되돌리면서 등장 인물들의 시각으로 이 사건의 단면을 비춘다.

대통령의 경호원 반즈(데니스 퀘이드)가 보기에는 피격 후 연단 앞으로 뛰어든 스페인 경찰 엔리케(에두아르도 노리에가)가 범인이다.

그러나 엔리케는 자신에게 알 수 없는 가방을 갖다달라고 부탁한 여자 친구가 관련돼 있다고 직감한다.

현장을 캠코더로 촬영한 미국 관광객 하워드(포레스트 휘태커)는 또다른 관점을 갖고 있는데….

타임머신을 탄 것처럼 정오 전으로 시간을 계속 되돌리던 영화는 후반부에 가서 퍼즐을 하나씩 맞춘다.

여러 관점들을 짜맞춰 사건의 실체와 해결 과정도 보여준다.

여기에 도심의 좁은 골목을 질주하는 차량추격 장면 등이 실감나게 곁들여진다.

그러나 이 같은 구성이 관객들의 추리력을 자극하는 데는 실패한 것 같다.

여러 음모가 겹쳐져 있기는 하지만 중반부터 사건의 윤곽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계속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어느 순간 지겨워진다.

선량한 미국인과 배신을 밥먹듯하는 아랍 테러리스트를 대비시킨 할리우드 영화의 공식도 여전하다.

28일 개봉.

15세 이상.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