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개포동 대청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총 822가구)은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최근 건축심의를 준비하던 과정에서 뜻밖의 난관에 부딪쳤다.이 아파트는 1992년에 준공돼 주택법상 리모델링 가능연한인 15년을 넘어 사업추진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용적률 등의 완화 혜택을 받으려면 건축법에 규정된 20년을 채워야 한다고 강남구에서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조합 관계자는 "주택법과 건축법 간 상충하는 부분에 대해 여러차례 강남구청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구청에서는 건축법을 개정하기 전까지는 어쩔 수 없다는 얘기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애를 태우고 있다.

송파구 오금동 아남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총 299가구)도 현재 같은 문제로 발목이 잡힌 상태다.역시 준공연도가 1992년이어서 리모델링이 사업시행인가 직전에서 멈춰섰다.건축법상 규제완화 가능연수인 20년에 도달하려면 앞으로 4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조합 관계자는 "기껏 완화시켜 준다고 해 놓고서 아무런 혜택을 주지 않는다면 그냥 하지 말라는 것과 같은 얘기"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19일 건설교통부와 서울시,업계 등에 따르면 작년 주택법 개정으로 내용연수가 15년이 경과한 공동주택의 경우 리모델링을 추진할 수 있도록 했지만 건축법에서는 여전히 20년이 지나야만 용적률 및 건폐율 완화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일선 구청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건교부는 지난해 재건축을 억제하고 리모델링을 활성화하는 차원에서 주택법을 개정했지만,이 같은 건축법과의 상충으로 인해 입법 효과가 유명무실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건교부 관계자는 "주택법은 건축법보다 상위인 특별법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건축법의 완화 조치를 적용받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이 관계자는 "이미 서울시와 일선 자치구,리모델링협회 등에서 질의를 해와 이 같은 취지로 답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시와 일선 자치구의 입장은 다르다.

서울시 관계자는 "개정된 주택법에는 건축법 완화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는 근거조항이 전혀 없다"며 "단순히 리모델링 추진이 가능하다고 해서 건축법상 완화규정을 적용하게 되면 추후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반박했다.

한국리모델링협회 관계자도 "재건축을 억제하고 리모델링을 활성화하려는 정부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먼저 주택법과 건축법 상의 괴리부터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렇게 되자 건교부 내에서도 건축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건교부의 한 관계자는 "법령에 따라 부서가 나뉘다 보니 주택법과 건축법 간의 불일치가 발생한 게 사실"이라며 "정책목표에 따라 건축법도 함께 개정을 하는 것이 맞지만 전체 법의 안정성을 해칠 우려도 있어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