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0.75%포인트의 조기 금리인하’라는 긴급처방이 나왔다.

현재 상태를 방치할 경우 글로벌 증시가 완전 붕괴될 것이란 다급함이 작용한 탓이다.

기준금리인하가 전격적으로,그것도 예상보다 큰 폭으로 이뤄진 만큼 이번 조치는 글로벌 증시 안정에 상당한 도움을 줄 전망이다.

그렇지만 기준금리 인하가 미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때까지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이를 통해 글로벌 증시가 다시 상승세로 반전할 것으로 속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결국 미국의 경기침체를 막기위한 노력이 추가로 어느 정도로 이뤄지고 어느정도 효과를 낼수 있느냐에 따라 미 경기가 침체를 벗어나는 것은 물론 글로벌 증시가 상승세로 반전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FRB의 전격적인 0.75%포인트 인하결정

FRB의 기준금리인하 결정은 전격적이었다.

월가에서는 FRB가 오는 29일과 30일로 예정된 정례 FOMC이전에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또 조기에 금리를 내려야만 현재의 심리적 공황상태를 진정시킬 것이란 요구가 거센것이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휴일이었던 21일(마틴루터킹 목사 기념일)이 지난 직후 기습적으로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한 전문가는 드물었다.

FRB는 더욱이 기준금리 인하폭도 0.75%포인트로 결정해 시장의 예상치를 훨씬 뛰어 넘는 강도높은 처방을 내렸다.

FRB 가 이처럼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한 것은 그만큼 현재상황이 다급하기 때문이다.

이미 미 경기는 침체(recession)상태에 빠졌다는 인식이 팽배한 상태였다.

제조업지표는 물론 소비와 고용사정마저 악화되면서 부시행정부가 내놓은 경기부양책만으로 경기침체를 막을 수 없다는 비관론도 확산되고 있었다.

FRB도 지난주 내놓은 베이지북을 통해 “미 실물경제가 전체적으로 위축되고 있으며 성장세 둔화는 앞으로 가속화될수 있다”고 밝혀 이런 점을 인정했다.

벤 버냉키 FRB의장도 지난주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행정부의 경기부양책을 지지한다”며 “FRB도 실물경제사정을 반영해 통화정책을 시의적절하고도 유연하게 시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해 기준금리를 앞당겨 인하할 방침임으로 시사했었다.

FRB가 전격적인 기준금리인하를 결정한 것은 글로벌 증시의 붕괴조짐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감이 공포감으로 비화하면서 아시아 유럽 라틴아메리카 증시는 거의 동시적으로 붕괴상황에 빠져들었다.

세계 주요 80개국 증시중 38개국 주가는 작년 고점에 비해 20%이상 하락하면서 본격적인 약세장(bear market)에 진입했다.

21일에도 유럽과 아시아증시는 폭락세를 지속해 자칫하면 글로벌 증시자체가 무너져 버릴 것이란 우려감이 팽배했다.

◆심리적 안정에 일단 효과낼듯

FRB의 전격적인 기준금리인하는 패닉상태에 빠진 글로벌 증시 참가자들의 심리를 안정시키는데 상당한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FRB가 현재의 상황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FRB는 추가 금리인하를 시사하고 나서 모든 수단을 강구할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더욱이 부시 행정부도 추가 경기부양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다 유럽 각국과 중앙은행들도 금리및 재정정책을 검토하고 있어 시장참가자들의 공포심리는 시간이 갈수록 누그러질 것으로 기대된다.

FRB는 가장 최근 경기침체를 보였던 지난 2001년 3월 직전인 1월에도 긴급 FOMC를 열어 기준금리를 인하한 적이 있었다.

당시 앨런 그린스펀 FRB의장은 “모든 경제상황을 고려할때 선제적인 금리인하조치가 불가피했다”고 털어놨다.

이런 조치가 당시 경기침체를 8개월로 단기화할수 있었다는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런 경험이 있는 만큼 이번 FRB의 기준금리인하도 경기침체를 예방하든지,적어도 경기침체기간을 단기화할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글로벌 경제 반전견인에는 한계

그렇지만 미 경기침체는 이미 진행중이라는게 상당수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또 FRB의 처방이 이미 시기적으로 상당히 늦었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부시 행정부의 경기부양책이 긍정적 효과를 내기는 커녕 ‘그것만으로 어림없다’는 심리적 실망감만을 자아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주택경기침체와 신용위기는 갈수록 악화되는 조짐이다.

이런 상황에서 FRB가 전격 금리인하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에 과연 경기침체를 막아낼수 있겠느냐에 대해 회의론도 존재하는게 사실이다.

따라서 미 경기침체를 막기위해선 추가 조치가 중요한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FRB가 시장상황에 맞게 다시 탄력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느냐 여부와 부시행정부가 추가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란 점이 중요하다는 것.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재무부장관을 지냈던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상황이 어렵지만 경기부양책이 빠른 시일안에 시행돼 시기를 놓치지 않을 경우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물론 그렇다고 경기침체를 막을 수 없을 것이란 시각도 상당하다.

특히 신용위기에 따라 미 금융회사들의 기능이 정지해 버려 금리인하로 이를 해소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FRB의 전격적인 금리인하는 그 자체로 경기침체를 예방할 계기를 만든 것임은 분명하다.

이 계기를 어떻게 살리느냐에 따라 글로벌 경제와 글로벌 증시가 살아날 희망을 잡을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