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검팀은 22일 이순동 삼성 전략기획실 실장보좌역(사장ㆍ60)과 이형도 전 삼성전기 부회장(64) 등을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이 사장 등은 이날 오후 2시 특검 사무실에 도착해 수사관의 안내를 받으며 조사실로 들어갔으며 밤늦도록 조사를 받았다. 삼성의 비자금을 총괄 관리하는 핵심부서로 지목된 전략기획실(옛 구조조정본부)의 현직 고위임원이 소환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사장은 삼성전자 홍보팀을 창설한 홍보 전문가로 삼성을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는 데 공헌한 전략기획실의 핵심 임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검팀은 '차명계좌 명의자'인 이 사장 등을 상대로 계좌 개설 경위와 비자금 조성ㆍ관리 의혹,사용처 등을 집중 추궁했다.

특검팀은 이날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인근 창고에 보관된 수천점의 미술품에 대해 전날부터 밤을 새워가며 이틀째 압수수색을 벌였다. 윤정석 특검보는 "하나씩 포장된 미술품을 개봉하고 확인작업을 벌이느라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다"며 "소장 미술품 목록 등 서류 등에 대한 압수수색도 함께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오후에 10여명을 추가로 투입하기도 했다.

특검팀은 미술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삼성 측이 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구입한 미술품과 비자금을 통해 구입한 값비싼 작품 등을 구분,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 등 김용철 전 삼성 법무팀장이 밝힌 '비자금으로 구입한 미술품 30여점'을 찾는데 주력했다. 윤 특검보는 "형사소송법이나 '검찰 압수물 사무규칙' 등 통상적 규칙에 따라 압수물을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혀 고가 미술품을 옮기는 대신 현장에 '간수자'를 둬 보관하며 수시로 확인하는 방식을 따를 것임을 시사했다.

용인=오진우/정태웅 기자 doc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