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후에도 중소기업 금융시장에서 절대강자로 자리매김하겠습니다."

윤용로 기업은행장은 22일 기업은행의 미래상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망설임 없이 이렇게 대답했다.기업은행 사령탑에 임명된 뒤 한 달 동안 업무 파악을 마친 터라 설명이 명쾌했다.그는 은행의 시장을 크게 가계 금융,대기업 금융,중소기업 금융으로 분류했다.이 가운데 가계 쪽은 포화상태로 접어들고 있으며 대기업은 직접금융 쪽으로 돌아선 지 오래다.그렇지만 중소기업 금융시장은 아직도 성장하고 있는 기회의 땅이라고 진단했다.

"지금 기업은행은 법에 따라 대출의 70% 이상을 중소기업에 해 주도록 돼 있습니다.작년 말 비중으론 83% 정도입니다.민영화가 이뤄진 뒤에도 우리가 필요해서 중소기업에 70% 이상 자금을 운용할 것입니다."

윤 행장은 구체적인 수치도 제시했다.우선 은행권 전체에서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시장 점유율을 지난해 말 18% 수준에서 2011년엔 25%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금액으로 보면 지난해 말 65조7000억원에서 올해 8조원을 늘리는 것을 포함,2011년까지는 약 110조원으로 두 배가량 불리기로 했다.윤 행장은 "기업은행은 40년 이상 중소기업 시장을 집중 개척해 온 노하우가 있고 17만여 개의 거래 기업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시중은행이 치고들어와도 승리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증권사를 세우고 보험업에 진출하는 등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사업 확장 전략도 중소기업 서비스 강화라는 맥락에서다."중소기업 임직원이 자본시장이나 퇴직연금 등을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지 않고 기업은행에서 일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윤 행장의 구상이다.

그는 증권사에 대해서는 자율 경영의 토대를 마련해 주기로 했다.증권업에 정통한 전문가를 대표이사로 영입하고,기업은행 직원 파견은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는 최소한으로 국한하기로 했다.증권사 신설 승인 요청은 이달 말께 금융감독위원회에 낼 계획이다.

기업은행은 서민층을 위한 소액신용대출 분야에도 조만간 진출키로 했다.윤 행장은 "과거엔 상호저축은행이 이 업무를 해 왔는데 2000년대 초반 부실 문제로 철수해 이제 대부업체들만 남았다"며 "기업은행은 서민금융을 통해 마지막까지 국책은행으로서의 책무를 다할 것이며 이를 통해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겠다"고 설명했다.

윤 행장은 올해 주요 과제로 예금 증대 등 수신구조 변화를 꼽았다.중소기업 대출을 늘리기 위해선 수신이 안정적이어야 하는 만큼 중소기업금융채권(중금채)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예금 비중을 높여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기업은행은 현재 수신에서 중금채 비중이 46.5%로 예금 비중 32.2%보다 다소 높다.

윤 행장은 기업은행이 민영화에 적극 대비하고 있는 만큼 정부도 기업은행이 시중은행과 본격 경쟁할 수 있도록 제약을 풀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그는 "예산이나 인력 영업계획 등을 아직까지도 정부에서 승인받아야 하는데 효율성과 스피드 등의 측면에서 시중은행에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글=박준동/사진=양윤모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