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후 20분이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입 안을 물로 헹구지 않고 한 음주측정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단독 김정욱 판사는 경찰이 최종 음주시각을 확인하지 않고 입 안에 남은 알코올을 물로 제거하지도 않은 채 음주측정을 했다며 유모씨가 운전면허 취소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유씨는 지난해 2월 승용차를 운전하다 음주 운전으로 단속됐고 혈중 알코올 농도가 0.109%로 측정돼 운전 면허가 취소됐다.

당시 단속 경찰관이 작성한 주취운전자 적발보고서에는 최종 음주 시간과 장소, 음주 후 20분 경과 여부 등을 기재하는 곳이 비어 있었고 보고서 위쪽의 여백에 `입헹굼'이라고만 적혀 있었다.

유씨는 술을 마신 후 20분이 지나지 않아 입 안에 알코올이 남아 있을 수 있는 상태였는데도 단속 경찰관이 최종 음주시각을 확인하지 않고 물로 입안을 헹굴 수 있게 하지도 않은 채 음주 측정을 했기 때문에 측정치를 믿을 수 없다며 소송을 냈고 재판부는 유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보고서 위쪽에 적혀있는 `입헹굼'이라는 것만으로는 단속 경찰관이 음주 측정 당시 유씨에게 실제로 물을 주어 입안을 헹구게 한 사실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구강 내 잔류 알코올에 의해 혈중 알코올농도가 과대 측정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그 정확성을 신뢰할 수 없다"며 면허 취소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음주측정기로 음주측정을 할 때 최종 음주 일시와 장소, 음주 후 20분 경과 여부 등을 반드시 확인하고 주취운전자 적발보고서 등에 기재하는 것이 구강 내 잔류 알코올에 의한 과대 측정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 조치"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na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