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를 이끄는 10대 그룹들에 무자년(戊子年) 새해는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친기업 정권의 탄생과 함께 지난 10년간 숨죽여온 주요 그룹들이 움츠렸던 어깨를 활짝 펼 수 있는 한 해가 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주요 그룹의 올해 '경영 관전포인트'를 짚어보는 것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직면하고 있는 여러 현안들을 슬기롭게 풀어가느냐 여부가 경제회복에 이은 일자리 창출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의 올해 최대 이슈는 단연 '비자금 의혹 특검'이다.

당장 1월 초 특검팀이 수사에 착수하면 그룹 수뇌부들이 줄소환될 전망인 데다,수사기간이 최장 105일에 달해 상반기 내내 경영차질이 빚어질 공산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관심은 특검 수사 이후 삼성이 내놓을 '위기대응책'에 모아진다.

2006년 X파일 사건 당시의 대응책을 능가하는 '무언가'를 내놓아야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룹 지배구조 자체를 바꿀 가능성도 있다는 것.유력하게 제기되는 방안은 그룹의 컨트롤 타워 기능을 축소하고 각사 자율경영 체제를 정립하는 것.금융부문 제조부문 등 소그룹 체제로 계열사들을 재배치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내부적인 이슈도 많다.

반도체 사업의 부활 여부가 핵심이다.

황창규 반도체총괄 사장이 내놓은 '투자확대 카드'가 세계 반도체 업계의 구조조정과 삼성의 수익성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지난 연말 판매역량 강화에 초점을 둔 정기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을 마치고 새해를 맞았다.

시장 규모가 가장 큰 미국과 중국의 판매 담당 임원을 교체했고,기아차는 국내와 해외 영업본부장을 모두 바꿨다.

정몽구 회장 등 고위 경영진이 "새해에는 판매에 중점을 두겠다"며 여러 차례 판매의 중요성을 강조한 뒤의 일이다.

2010년을 목표로 하는 해외생산 300만대 체제 구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만큼 영업과 마케팅에 올인하겠다는 판단이다.

오는 8일 출시되는 최고급 후륜구동 승용차 제네시스의 성공 여부도 관심거리다.

현대차는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와 BMW,일본 도요타의 렉서스 등 세계 최고급 승용차를 겨냥해 개발한 이 차량의 올해 판매 목표를 국내 4만대,해외 4만대로 잡았다.

이를 달성하면 프리미엄 브랜드로의 도약을 꿈꾸는 현대차의 행보에 한층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LG그룹의 올해 관전 포인트는 LG전자,LG필립스LCD,LG화학 등 주력 3사의 실적호조세 유지 여부다.

또 태양광발전 등 그룹 차원의 신성장사업이 올해 얼마나 구체화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최대 이슈는 지난해 LG전자의 실적 턴어라운드를 가능케 했던 휴대폰 사업의 성공 지속 여부.우선 지난해 4분기에 내놓은 뷰티폰이 세계 시장에서 기대 이상으로 잘 팔려 전망을 밝게 한다.

여기에 초콜릿폰,샤인폰에 이어 2분기에 출시될 세 번째 블랙라벨 시리즈도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으면 LG전자 휴대폰 사업은 완전히 정상궤도에 진입하게 된다.

경기순환형 사업을 영위하는 LG화학과 LG필립스LCD는 올해도 경기 호조세 덕을 톡톡히 볼 전망이다.

베이징 올림픽의 영향으로 석유화학제품과 LCD패널에 대한 수요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림픽 이후에 찾아올 경기 하락세에 대처할 대응책을 올해 안에 마련해 둬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지난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SK그룹에 2008년은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최태원 SK 회장이 그룹 회장에 취임한 지 10년째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우선 지주회사 체제를 안착시키는 게 급선무다.

초미의 관심사는 SK C&C의 지분 처리 문제.지주회사 체제에서 빠져있는 SK C&C는 최태원 회장이 44.5%,SK텔레콤이 30%,SK네트웍스가 15%를 갖고 있다.

문제는 텔레콤과 네트웍스가 내년 6월까지 45%에 달하는 지분을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 지분은 최 회장의 그룹 지배권과도 연관돼 있어 더욱 관심을 끈다.

'제2의 SK를 건설한다'는 중국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것인지 여부도 관심거리다.

중국 최대 투자사업이 될 우한 NCC(나프타분해설비) 프로젝트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또 SK에너지의 해외 유전개발 업체 M&A,지난해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한 SK텔레콤의 추가 M&A 추진 여부도 관전포인트다.

유창재/이태명/장창민/유승호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