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정책이 180도 바뀐다.

그동안의 정책이 자금을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었다면 앞으로는 직접 지원 없이 정부가 민간 투자은행(IB)과 협조해 시장 원리에 따라 간접적으로 육성하는 방안이다.

여기에는 민영화될 산업은행이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1일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서 중소기업을 대놓고 지원하는 것은 이제 사실상 불가능해졌고 한계선 상에 있는 중기까지 무턱대고 지원하는 것도 더 이상 무의미하다"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당선인은 새로운 중기 지원 방법으로 유럽식 '온 렌딩(on-lending·轉貸) 방식'을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온 렌딩 방식이 도입되면 IB는 중기와 해당 사업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거칠 수밖에 없어 한계 기업이 퇴출되는 등 중소기업 생태계가 건전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현재 중소기업 자금 지원과 관련된 정부 조직도 지나치게 분산돼 있고 절차도 복잡해 공무원의 독직 가능성이 상존하는 실정"이라며 "공무원과 중기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막는 데도 이 제도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선인은 은행을 기관이 아닌 기업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해 왔다"며 "이런 기능을 통해 중소기업 육성은 물론 IB를 적극 육성해 금융산업 선진화를 이뤄 나가겠다는 것이 당선인의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온 렌딩 방식=정부가 IB(또는 은행의 IB 기능)에 중소기업 지원기금을 빌려 주고 IB는 대상 중기에 대한 철저한 심사를 거쳐 대출하거나 투자하는 방식이다.

차기현/황경남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