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17대 대통령 당선자의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압도적인 지지로 이 당선자에게 향후 5년간 '대한민국호(號)'의 방향타를 맡긴 국민들의 요구가 그만큼 다양하고 많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국민의 염원이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 대통령을 낳았다고 보면 당선자가 국정운영 계획을 세우면서 경계해야 하는 체크 리스트는 그 어느 때보다 많다.

전문가들은 '리더십의 4대 함정'을 제시한다.

노무현 정부는 임기가 끝나기 전 공약을 달성한다는 중압감에 시달렸다.

전형적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책인 수도 이전을 추진했다.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판결을 받자 행정중심복합도시로 명칭을 바꿔 사업을 진행하는 무리수를 뒀다.

기업도시다,혁신도시다 해서 벌여놓은 건설계획은 전국의 땅값 상승을 들끓게 한 주범이었다.

차기 정부가 이런 부작용을 초래하지 않으려면 공약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국민을 설득시키지 못할 경우 아예 시작조차 안 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대선에서 자기를 지지한 사람들만의 대통령이 아니기 때문이다."(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공약에 지나치게 매달리면 정국이 경직된다.

공약 리스트를 다시 면밀히 검토한 뒤 타당성이 떨어지는 것은 수정,보완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양승함 한국정치학회 회장)

한국경제신문이 19일 대통령 선거 직후 오피니언리더 1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같은 주문이 나왔다.

71.3%인 107명이 '대선 공약은 취사선택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공약 이행의 기본방향과 원칙은 정하되 우선순위를 두고 추진해야 한다.

공약은 공식 예산이 포함되지 않은 것이니 신중하게 정책으로 결정,집행해야 하는 순서를 밟아야 한다."(김용호 인하대 행정대학원장)

당선자의 색깔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공약이라 하더라도 고집할 필요는 없다.

한반도 대운하 공약도 취임 후 다시 검토해본 결과 타당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면 과감히 포기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타당성이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하더라도 국민들의 합의를 도출해내지 못한다면 섣불리 나서서는 안 된다.

또 다른 '대못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 7%의 경제성장으로 3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10년 내 4만달러의 소득을 달성하여,10년 내 세계 7대 강국으로 올라선다는 '대한민국 747' 공약도 달성 가능하다지만,잠재성장률을 웃도는 성장은 매우 큰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개발연대식 불도저는 잊어라'는 주문도 적지 않다.

"1970년대 경험을 바탕으로 경제성장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으나 무조건 성장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동노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다행스러운 것은 이 당선자가 청계천 복원사업 과정에서 주변 상인 등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을 만나 대화하고 설득하는 리더십을 보여주는 등 막무가내식 리더십에 빠진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도시 대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두바이의 지도자 셰이크 모하메드의 리더십을 그대로 모방해서는 안 된다는 주문도 있다.

이 당선자는 두바이를 방문한 뒤 "두바이 천지개벽 현장을 진두지휘하는 셰이크 모하메드는 '나의 능력의 한계는 상상력의 한계와 같다'고 말했다"고 모하메드의 리더십을 칭송한 적 있다.

"두바이는 규모가 훨씬 작고 오일달러가 넘쳐 우리 현실과 크게 다르다.

정부 개혁에 과감히 나선 사르코지 내지는 강력한 지도력으로 영국 사회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은 대처를 배우는 게 낫다."(양승함 학회장)

"벤치마킹해야 할 리더십을 한 가지로 규정할 수는 없으나 두바이 사례는 아니다.

말만 하고 민족주의에 호소하는 리더보다 실천하고,국민을 통합하며,민주적이고 글로벌한 마인드를 갖춘 리더가 우리에게 절실하다."(이내영 교수)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