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인하에 대한 기대심리로 주택수요자들이 주택 청약을 미루면서 전국의 미분양주택이 10만가구를 돌파했다.

특히 민간부문의 미분양주택은 1995년 9월 이후 12년1개월만에 최다를 기록, 미분양 사태가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각하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엄살만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16일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10월말 현재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10만887가구로 1개월 전에 비해 2천652가구(2.7%) 증가했다.

미분양 주택이 10만가구를 넘어서기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2월(10만2천701가구) 이후 처음이다.

미분양 주택은 외환위기에서 벗어난 이후 공급은 줄고 수요는 늘어나면서 2000년 말 5만8천550가구, 2001년 말 3만1천512가구, 2002년 말 2만4천923가구 등으로 급속히 줄어들었다.

참여정부 들어서는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 2004년 말 6만9천133가구로 급증했다가 2005년(5만7천215가구)에 일시 감소했으나 작년에 다시 크게 늘어 7만3천772가구에 이르렀다.

10월말 현재 미분양 주택을 공급 주체별로 보면 민간부문이 1개월새 2천757가구(2.8%) 늘어나 9만9천964가구가 된 반면 공공부문은 105가구(10.2%) 줄어 923가구만 미분양으로 남았다.

민간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99.1%까지 올라갔다.

민간 부문의 미분양 가구수는 1995년 9월(10만9천995가구) 이후 가장 많은 것이다.

이는 분양가 상한제가 본격시행되면 더 저렴한 가격에 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후 미분양'도 407가구(2.6%) 늘어 1만5천819가구가 됐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743가구(8.1%) 증가한 9천880가구로 미분양 사태가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계속 확산되고 있는 게 확인됐으며 지방도 1천909가구(2.1%) 증가해 9만1천7가구가 됐다.

주택 규모별로는 중대형인 전용면적 85㎡초과의 증가세가 가파르게 이어지고 있다.

85㎡초과 주택의 미분양은 1개월새 2천480가구(5.7%)가 늘어난 4만5천625가구로 전체의 45.2%까지 비중이 늘어났다.

60㎡초과-85㎡이하(4만9천796가구)는 157가구, 60㎡이하(5천466가구)는 15가구 늘어나는 데 그쳤다.

미분양 주택이 10만가구 수준인 것으로 공식 통계가 잡혔지만 민간 주택업체들이 미분양 가구를 절반으로 축소해 보고하는 관행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20만가구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su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