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불확실성 완화" VS "상승추세 복귀는 시기상조"

국부펀드가 서브 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이라는 고질병을 앓고 있는 세계 증시에 '구원투수' 역할을 할 수 있을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아부다비투자청(ADIA)이 서브 프라임 사태로 위기에 빠진 씨티그룹에 75억 달러를 투자키로 결정하면서 약세를 보이던 글로벌 증시가 단숨에 오름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국부펀드는 서브 프라임 해결사(?) = 28일 국내 증권사들은 중동의 국부펀드가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허덕이고 있는 미국 금융기관에 투자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삼성증권 안태강 연구원은 "올해 글로벌 증시의 최대의 화두는 단연 서브 프라임이라는 점에서 이번 아부다비투자청의 투자에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며 "하락세를 보이던 글로벌 증시에는 모처럼 제대로 된 '에이스급 구원투수'가 등장했다"고 말했다.

안 연구원은 "아부다비 투자청의 시티그룹 투자는 신용위기 해소가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단계'라는 점을 선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면서 "신용 위기의 직접적인 피해를 받고 있는 금융기관과 글로벌 유동성의 주역이 만난다는 것은 신용경색 위기가 구체적인 해소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이 그리 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이정민 연구원은 "씨티그룹에 대한 중동지역 국부펀드이 자금수혈은 금리인하라는 극약처방만 바라보던 주식시장에 '오일 머니'라는 구원투수가 나타났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중앙은행의 금리인하나 긴급 자금조달 없이도 유동성 문제를 또 다른 유동성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실마리를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풍부한 유동성..국부펀드의 최대무기 = 이번 아부다비투자청의 씨티그룹 투자는 올 들어 두드러진 국부펀드의 금융회사 공략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올 들어 전세계 상위 20위 국부펀드는 바클레이스와 도이치뱅크, HSBC 등에 약 260억 달러를 투자했다.

게다가 최근 두바이 정부 소유의 투자사가 일본 최대 전자업체인 소니 지분을 인수하고 중국투자공사(CIC)가 세계 3위 광산업체인 리오틴토 인수전에 뛰어드는 등 국부펀드는 이미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의 '큰손'으로 자리 매김했다.

세계 30개국이 외환보유고 등으로 운용하는 국부펀드의 최대 무기는 풍부한 유동성에 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3조달러 규모로 늘어난 국부펀드가 현재 성장세를 유지할 경우 2012년에는 10조달러에 달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는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투자공사가 8천750억달러로 가장 규모가 크며 노르웨이(3천300억달러), 싱가포르(3천300억달러), 사우디아라비아(3천억달러), 쿠웨이트(2천500억달러), 중국(2천억달러) 등도 자산규모가 2천억달러 이상이다.

◆"국부펀드로만 부족..상승추세 복귀는 시기상조" = 그러나 국부펀드가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로 불안해진 세계 금융시장의 해결사 역할을 하고 이에 따라 글로벌 증시가 상승 추세로 복귀할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오승훈 대신증권 선임연구원은 "서브 프라임 모기지 관련 총 손실 규모는 2천460억달러에 달한다"면서 "금융회사의 손실 예상액이 나올 때마다 주식시장의 투자심리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서 서브 프라임 부실의 끝을 논하기는 이른 시점"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도 미국의 주택 및 소비 위축 가능성을 고려할 때 한 번의 투자(아부다비투자청의 씨티그룹 투자)로 글로벌 증시가 당장 긍정적인 방향으로 선회할 것으로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