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샤라프와 거래 부인…총선 참여 선언

나와즈 샤리프(57) 전 파키스탄 총리가 7년간의 망명 생활을 접고 25일 귀국했다.

현지 뉴스전문 채널인 '돈 뉴스(Dawn News)' 등에 따르면 샤리프는 이날 오후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이 제공한 특별기편으로 펀자브주(州) 라호르의 알라마 이크발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그는 공항 도착 직후 BBC와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는 무엇보다 민주주의를 원한다"며 "나는 여기서 내 역할을 할 것이며, 이 나라에서 독재를 종식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샤리프는 또 공항 청사에서 기자들에게 "어떤 거래도 없었다.

내 삶과 죽음은 파키스탄을 위할 뿐"이라며 페르베즈 무샤라프와의 뒷거래가 없었음을 강조했다.

또 그는 "총선 후보로 등록해 독재를 지지한 정치인들을 심판하겠다"며 내년 1월8일로 예정된 총선 참여 의사를 밝혔다.

동생인 샤바즈 샤리프 등 가족들과 함께 공항 청사에 들어선 그는 수백명의 환영 인파와 인사한 뒤 사우디 국왕이 선물한 방탄 차량을 타고 공항을 빠져나갔다.

샤리프는 지난 90년대 2차례 총리를 지낸 뒤 무혈 쿠데타로 집권한 무샤라프와 갈등 속에 지난 2000년 망명길에 올랐다.

사우디와 영국 등을 오가며 지내온 그는 지난 8월 파키스탄 대법원이 귀국허용 판결을 한 뒤 대선과 총선을 통해 무샤라프의 군부 독재를 종식하겠다며 9월 귀국을 시도한 적이 있다.

그러나 파키스탄 정부 측의 재추방 조치로 이슬라마바드 공항 도착 4시간만에 사우디 제다로 발걸음을 돌려야했다.

무샤라프 대통령이 지난 3일 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친위 대법원을 구성, 연임을 확정하는 등 폭정을 휘두르는 가운데 정적인 샤리프가 전격 귀국함에 따라 총선으로 향하는 파키스탄 정국은 다시 한번 격랑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샤리프가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와 함께 반(反) 무샤라프 연대를 구축할 지 주목된다.

무샤라프는 그 동안 정적인 샤리프의 귀국을 막기 위해 사우디 압둘라 국왕을 면담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압둘라 국왕의 압력을 받아들여 귀국을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압둘라 국왕의 중재로 파키스탄 정부와 사전 교감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샤리프는 정권에 도전하거나 총선을 보이콧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귀국 허가를 받았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한편 이날 샤리프를 지지하는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N) 당원들과 지지자들은 라호르 시내에서 폭죽을 터뜨리는 등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또 수천명의 지지자들은 '샤리프 만세, 무샤라프 물러가라' 등 구호를 외치며 라호르 공항으로 향했으며, 도중에 제지하는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다.

정부는 라호르 공항으로 향하는 주요 도로에 철조망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치고 5천여명의 경찰 병력을 동원해 일반인들의 공항 접근을 원천 봉쇄했다.

공항에는 고위 당원 등 수백명만 출입이 허용됐다.

또 경찰은 전날 밤부터 라호르에 거주하는 샤리프 지지자 수백명을 검거했다.

이에 대해 PML-N의 아샨 이크발 대변인은 "24일부터 펀자브주에서만 3천여 명의 당원과 지지자들이 연행됐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니사르 메몬 파키스탄 정보장관은 "문제를 일으키지 못하도록 100여 명만을 감금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뉴델리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