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주택의 '반란'... 올들어 최고 50%올라
소형 아파트가 뜨고 있다.

집값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있는데도 전용면적 60㎡(18.1평,분양면적으로는 24~25평) 안팎의 소형 아파트는 수도권에서 올 들어 50% 가까이 오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신규 분양에서도 소형 아파트는 미분양 증가로 고전하는 대형과 달리 매번 실수요자들이 몰리며 수십 대 1의 경쟁률을 보이는 등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

그동안 40평형대 이상의 대형 아파트가 부동산 시장을 주도해왔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변화다.

소형 주택의 이 같은 강세는 대형.고가 주택을 타깃으로 한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와 주택담보대출 강화 등에 따른 반작용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1~2인 가구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추세여서 소형 주택 선호 현상은 앞으로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3일 건설교통부와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서울 등 수도권 일대에서 일부 대형 아파트 값은 최고 30% 이상 하락한 반면 소형 아파트 값은 초강세다.

노원구 중계동 주공7단지 전용 45㎡(17평형)는 올 1월만 해도 1억1000만원이었으나,9월 1억4600만원에 실제 거래가 이뤄진 데 이어 이달 들어서는 1억5500만원에 호가되고 있다.

1월보다 40%나 상승한 셈이다.

같은 중계동 대림.벽산 전용 142㎡(50평형)의 호가가 이날 현재 평균 10억원으로 1월 실거래가(10억2000만원) 밑에 머물러 있는 것과는 극히 대조적이다.

강북구 미아동 벽산라이브파크 전용 60㎡(23평형)도 올 1월 1억7500만원에 거래됐던 것이 9월 34% 상승한 2억3500만원에 달한 뒤 현재까지 이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같은 아파트 138㎡(41평형)는 현재 4억7000만원으로 1월(4억8250만원)보다 2.6% 내렸다.

소형 아파트의 강세는 시흥 의정부 의왕 등 수도권 외곽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시흥시 정왕동 계룡2차 전용 60㎡(23평형)의 경우 올 1월 1억2250만원에서 이달 현재 1억8500만원으로 51%나 상승했다.

분양시장에서도 소형 아파트는 단연 인기다.

지난 1일 분양한 구로구 고척동 유진마젤란의 경우 전용 85㎡ 이상 중.대형은 모두 미달됐으나,60㎡형은 6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또 지난달 분양한 길음뉴타운 두산위브 전용 60㎡형은 청약경쟁률이 9.9 대 1에 달해 대형인 115㎡형(1.5 대 1)보다 훨씬 높았다.

소형 주택의 강세는 대형.고가 주택에 비해 보유세와 금융권 대출 등의 규제가 덜하다는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부동산 컨설팅업체인 와이플래닝 황용천 사장은 "6억원 이하 소형 주택은 총부채상환비율(DTI) 제한 등의 규제를 덜 받는 데다 세금 부담이 적어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며 "투자 가치도 높은 편이어서 앞으로 매수세가 꾸준히 유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1~2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어 소형 주택의 강세가 앞으로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는 2000년 222만4000가구에서 올해 329만8000가구로 48% 증가했다.

2020년에는 410만9000가구로 전체의 21.6%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 1인 가구는 올해 88만3000가구로 전체 1인 가구의 26.8%를 차지했으며 2030년에는 전체 1인 가구의 절반 수준인 233만8000가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또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1~2인 가구 비중은 2005년 42.2%에서 2030년 51.8%로 급증할 전망이다.

건설업체들은 이 같은 주거 패턴의 변화 추이를 고려해 주택 모델을 연구하고 있다.

배영한 한라건설 개발사업본부장은 "규모가 큰 주택을 처분하고 작은 주택으로 갈아타려는 실버 세대를 위한 주택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면서 "크기는 작지만 건강.청소.음식.커뮤니티 등의 복합 기능을 갖춘 주택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황 사장은 "소형 주택 선호는 단기적인 현상이 아니라 트렌드의 큰 변화로 봐야 한다"며 "앞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직주(職住) 근접성과 복합 기능을 갖춘 소형 주택이 각광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