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위조 입증할 결정적 증거 있다"

'BB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씨의 누나 에리카 김이 22일 국내 라디오 방송에 출연,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연루의혹을 거듭 제기하고 나서면서 김씨 측과 이 후보 측이 진실공방 2라운드를 벌였다.

에리카 김은 23일 귀국하는 어머니를 통해 '이면계약서' 원본을 검찰에 제출하겠다고 예고하며 "만약 내 동생이 범죄를 저질렀다면 이명박 후보도 똑같은 범죄를 저질렀다는 결론"이라고 공세를 폈다.

한나라당은 "김경준과 아내 이보라,누나 에리카 김 등 3명 모두가 옵셔널벤처스 주가 조작과 공금 횡령으로 무기징역까지 받을 수 있는 공범들"이라며 "중범죄자들과 논쟁을 벌여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이면계약서 정말 있나

김씨 측은 국문 1종과 영문 3종 등 모두 4종의 이면계약서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영문 3종은 EBK증권중개를 설립하기 위해 맺은 통상적 계약서임이 확실시되고 있고,한나라당도 그 존재를 부인하지 않아 이면계약서라고 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유일하게 관심이 쏠리는 '이면계약서'는 한글계약서 1종이다.

계약서의 존재 자체에 대해 양측의 주장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는 데다 그 내용도 '이명박씨가 소유하고 있는 BBK주식'이라는 표현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의 핵심 부분과 관련돼 있다.

에리카 김은 이날 인터뷰에서 "한글계약서는 이명박 후보가 BBK의 소유주라는 것을 증명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국문계약서의 존재를 전면 부인하면서 "위조임을 입증할 결정적 증거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홍준표 클린정치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김경준 측이 국문계약서를 검찰에 제출하는 즉시 결정적 증거를 내놓을 것"이라며 "그걸로 이번 사건은 완전히 종결될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첫 만남 시기 공방

이 후보와 김씨가 처음 만난 시기가 BBK가 설립된 1999년 4월 이전이냐,이후냐를 놓고도 양측은 지리한 공방을 계속했다.

에리카 김은 "99년 3월이나 2월쯤에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만난 것으로 들었다"면서 "이명박씨의 출입국 기록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두 사람이 사업상 처음 만난 때는 2000년 초라고 거듭 주장하면서 그 해 1월20일 김씨가 이 후보에게 보내온 편지를 공개했다.

김씨는 편지에서 "이런 기회를 주심에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사업 개시를 위한 사전준비 단계로 우선 회사를 설립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두 사람이 이 시기에 회사 설립을 위한 초기단계 논의를 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라는 게 한나라당 설명이다.

이와 관련,이 후보는 "김씨와는 99년 귀국 후에 만난 것으로 기억한다"면서 "그 후 김씨 사무실을 한 번 방문한 적 있는데 김씨가 다음날 그 편지를 보내왔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99년 2~3월께 이 후보가 한국에 있었느냐'는 언론의 확인 요청에 99년 2월22일부터 3월20일 사이 등 99년 중 4~5차례 국내에 체류했다고 확인하면서 "그러나 이 후보 기억으로는 그때 김씨를 만난 적이 없다고 한다"고 해명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