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수능 영역별 난이도 분석

15일 실시된 200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지난해보다 전반적으로 어려웠다.

올해부터는 수능성적이 점수가 아닌 9개 등급으로만 나와 난이도 조절을 위해 까다로운 문제를 영역별로 적절히 배분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입시기관의 평가와 시험을 치른 수험생의 반응을 중심으로 올해 수능의 난이도를 분석해 봤다.

■ < 언어 > 어학지문 등 비문학 부문 어려워

언어영역은 대성학원 종로학원 유웨이중앙교육 등 7개 메이저 입시기관이 이구동성으로 '지난해 수능보다 어려웠다'는 평가를 할 만큼 까다로웠다는 분석이다.

특히 문학보다는 비문학 부문의 난이도가 높았다.

비문학 부문 중 언어 음절에 관한 지문,촉매 설계에 대한 과학기술 지문 등은 특히 까다로웠다는 게 공통된 분석이다.

문학 부문은 '한거십팔곡(권호문)'을 제외하면 생소한 지문이 적은 데다 이 지문 역시 EBS 교재에 수록돼 있어 비문학에 비해 문제풀이에 용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시험 시간이 빠듯했고 비문학 영역에 제시된 글을 독해하기가 약간 까다로웠다"며 "지난해 수능보다는 어렵고 9월 모의평가보다는 약간 쉬웠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수험생들의 반응도 전문가들과 일치했다.

재수생인 김보라양(20)은 "문학은 '만선''사씨남정기''와사등'과 같은 익숙한 지문이 많아 쉬웠지만 비문학은 생소한 용어가 나온 지문이 많아 어려웠다"며 "다양한 지문을 많이 접해 본 재수생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 < 수리 > 가형 쉬웠지만 나형 난이도 높아져

수리영역은 자연계 학생들이 주로 응시하는 가형과 인문계용인 나형의 난이도 차가 컸다.

지난해 어려웠던 가형은 대체로 쉽게 출제된 반면 나형의 난이도는 높아졌다는 평가다.

김용근 종로학원 평가이사는 "수리 가형은 대체로 작년 수능보다 난이도가 비슷하거나 약간 쉬웠는데 특히 기하부분이 쉽게 출제됐다"고 전했다.

이영덕 대성학원 평가이사는 "새로운 형태보다는 비슷한 경향의 문제 위주로 출제됐다"면서도 "단순히 공식만 적용하는 문제보다는 수학적 정의나 개념을 확실히 알아야 풀 수 있는 문제들이 많아 기초 지식이 부족한 학생들은 문제가 제시하는 조건만으로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데 어려움을 겪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리 가 영역 시험을 치른 김평화군(중동고 3)은 "난이도 조절을 확실하게 한 것 같다"면서 "쉬운 문제는 굉장히 쉬웠고 어려운 문제는 굉장히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수리 나형에 응시했다는 조희성군(한가람고 3)은 "9월 모의고사보다 어려웠다"며 "통계 문제가 까다로웠다"고 말했다.

■ < 외국어 > 신경향 문제 없어 … 독해엔 시간 걸려

외국어영역은 특이한 신경향 문제가 없어 지문해석에 능숙한 상위권 학생들에게는 비교적 평이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외국어영역 문제들은 문항들의 배치 순서가 조금 바뀌었을 뿐 어법ㆍ어휘 각 2문항,빈칸 추론 4문항,주제ㆍ요지ㆍ제목 각 2문항,장문 독해 5문항 등 지난해 수능과 문항의 성격이 정확히 일치했다.

다만 일부 문항에는 정답 같은 오답이 있어 중하위권 학생들에게 다소 까다로웠을 수 있다.

김진성 메가스터디 강사는 "추상적이고 깊이있는 내용을 다룬 지문이 많아 상식이 풍부하지 않은 학생들은 독해 시간이 오래 걸렸을 수 있다"며 "시간안배에 따라 점수의 형방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근 종로학원 평가이사는 "대체로 평이했지만 그림을 보면서 어휘를 추론하는 문제,SF소설의 일부를 발췌해 지문으로 사용한 문제 등은 수험생들이 어렵게 느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재수생인 최재홍군(20)은 "듣기는 너무 느려 오히려 헷갈릴 정도였다"며 "독해 지문은 뒷부분이 조금 어려웠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 < 탐구 > 과탐 작년 수준 … 사탐 어려운 문제 늘어

과학탐구는 대체로 지난해 수준으로 무난하게 출제된 반면 사회탐구는 어려운 문제들이 늘어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성학원에 따르면 과학탐구의 경우 물리Ⅱ는 사고력을 요하는 문제가 2∼3개 있었으나 복잡한 계산 문제가 줄어 작년 수능과 비슷하거나 약간 쉽게 출제됐다.

화학Ⅰ과 Ⅱ는 모두 기존에 다뤄졌던 소재들을 사용한 문제들을 많아 체감 난이도가 높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과학탐구 중에서는 생물II와 지구과학I이 작년 수능보다 다소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됐다.

사회탐구의 까다로운 문항이 영역별로 2~3개씩 있어 지난해보다 어려웠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유웨이중앙교육은 한국지리와 경제지리,법과 사회,국사,한국 근현대사,세계사 등이 지난해보다 어려웠으며 정치와 사회문화는 쉬웠다고 분석했다.

어재연의 '수자기'를 소재로 활용한 한국 근현대사 문제,'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영향을 묻는 경제문제 등이 대표적인 고난이도 문제로 꼽힌다.

재수생 나유미양(19)은 "사회탐구의 경우 시간이 남았다"며 "표와 그래프의 독해력만 갖추면 무난하게 풀 수 있는 문제가 주를 이뤘다"고 전했다.

송형석/성선화/서기열/조재희/최진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