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배럴당 93달러를 돌파해 '100달러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31일(한국시간 11월1일 새벽)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경우 국제유가는 더욱 상승압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심리적 저항감으로 인해 올해 안에 100달러를 넘어서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美 1일 금리인하 … 유가 부채질하나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1.67달러(1.8%) 오른 배럴당 93.53달러에 마감돼 3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런던 선물거래소의 12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도 지난주 종가보다 1.53달러(1.7%) 오른 배럴당 90.22달러에 거래돼 처음으로 90달러를 넘어섰다.

유가가 사상최고치 행진을 하고 있는 것은 미 달러화가 연일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데다 복잡한 중동사태 및 멕시코의 감산 등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유로화에 대한 달러화가치는 유로당 1.4421달러로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달러화 자산에서 빠져나온 돈이 원유 등의 상품에 몰리면서 유가를 밀어 올렸다.

멕시코의 국영 석유회사인 페트로레오스 멕시카노스가 멕시코만에 몰아친 폭풍으로 하루 60만배럴의 생산을 중단한 것도 요인이 됐다.

국제유가가 뜀박질을 하자 배럴당 100달러 시대가 눈앞에 다가온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특히 FRB가 31일 열리는 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경우 유가는 상승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금리가 내리면 달러자산에 대한 투자매력이 약해져 달러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보이는 데다 달러로 결제되는 석유값이 실질적으로 하락해 산유국들이 유가상승을 유도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뉴욕에 있는 에너지 전문 투자회사인 달먼 로스 앤드 코의 닐 딩먼 애널리스트는 "금리인하 때 유가가 95달러에 근접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월가에서는 FOMC가 기준금리를 연 4.75%에서 4.5%로 0.25%포인트 내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렇지만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서기는 당분간 힘들 것이란 전망도 상당한 편이다.

한편 모하메드 알 함리 석유수출국기구(OPEC) 의장은 30일 OPEC이 안정된 가격에 원유를 세계에 공급할 의무가 있다면서 필요할 경우 원유를 더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알 함리 의장은 이날 영국 런던에서 열린 석유 컨퍼런스에서 현재의 유가 수준은 OPEC의 목표 수준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면서 시장이 석유를 더 필요로 하면 OPEC은 하루 350만배럴에 달하는 여분의 생산능력을 활용해 석유를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