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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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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은 알록달록한 담요를 가진 옆집 아이를 마냥 부러워한다.

    담요 때문에 옆집 애와 다투던 딸은 그 아이가 휘두른 인두에 맞아 머리를 다친다.

    아파 누운 딸을 본 나는 한 달치 양식 살 돈을 몽땅 털어 딸이 그렇게도 갖고 싶어하던 담요를 산다.

    그러나 딸은 죽고 지금은 내가 그 담요에 몸져 누웠다.'

    최서해(1901~1932)의 수필 '담요'는 일제하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나 혹독한 가난에 시달렸던 작가의 고통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정도는 달랐겠지만 담요는 오랫동안 어느 집에서나 소중한 물건이었다.

    겨울이면 방안의 자리끼가 얼 만큼 춥던 시절,담요 한 장의 힘은 무엇과도 비교하기 어려웠다.

    용도는 또 얼마나 다양했는지.깔고 덮는 이부자리로 사용한 건 물론이요,겨울철 밥주발이 식지 않도록 묻어두고,혼자 혹은 여럿이 벌이는 화투판 깔개로도 썼다.

    이땅 장.노년층 대다수는 어린 시절 온 식구가 아랫목에 깐 담요 한 장에 발을 집어넣곤 조금이라도 더 차지하려 제쪽으로 이리저리 잡아당기던 기억을 잊지 못한다.

    그런가 하면 20∼30대들은 부드럽고 폭신한 밍크담요를 덮거나 만지면서 자랐다.

    한일합섬의 얼룩무늬 밍크담요는 80년대 중반까지 혼수와 추석과 설 귀향선물 목록 앞자리를 차지했다.

    그러나 아파트 탓일까. 80년대 후반을 고비로 군용담요같은 까칠한 제품은 물론 인기있던 밍크담요도 사라졌다.

    해외수요를 찾아나선 업체들에 의해 중동과 아프리카 등으로 수출되고 국내에선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던 담요가 최근 다시 등장했다.

    주5일제로 주말 나들이가 늘어난 데다 공연,야간경기,불꽃축제 등 야외 행사가 늘어나면서 어깨에 두르거나 무릎을 감싸는 용도로 쓰이는 것이다.

    휴대용 담요는 기자실 폐쇄로 정부 청사 로비에서 기사를 쓰는 기자들에게도 필수품인 것처럼 보인다. 추위를 견디자면 담요라도 뒤집어써야 하는 까닭이다. 침구에서 레저용 내지 비상용으로 용도가 바뀌면서 수요가 창출된 셈이다.

    다른 분야도 잘 둘러볼 일이다.

    모든 대박상품은 발상의 전환이 만들지 않던가.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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