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로 솟구치는 중국 증권시장의 버블 붕괴에 대한 전세계의 우려가 확산되고 있으나 이보다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중국 투자자들의 투자문화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 보도했다.

증시의 버블 붕괴가 위협적인 것이긴 하나 이는 미국과 일본, 대만 등이 이미 겪은 것으로, 버블의 붕괴 이후 중국인들이 겪은 투자열풍이 어떤 방식으로 변화를 겪을 지에 더욱 주목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 WSJ의 논리다.

WSJ은 중국의 투자 열풍이 국가 자체의 성장성에 기댄 미국의 1920년대 증시 붐과 여러가지 면에서 닮았다고 지적하며, 버블의 붕괴와 별도로 이미 중국의 투자열풍은 중국의 금융시스템을 현대화하고 시장지향적으로 바꾸어놓는데 상당히 기여했다고 평했다.

다음은 WSJ 기사의 발췌 요약.

『중국 증시 열풍의 가속화가 세계의 우려를 확산시키고 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15일 6천포인트를 돌파하며 사상최고치에 올랐으며, 중국 증시는 2년만에 6배 수준을 뛰어넘었다.

이것이 버블이라면 언제 붕괴할 것이며 붕괴는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또 어떤 영향을 남길 것인가.

역사는 중국증시가 위험한 상황에 이르고 있음을 명백히 보여준다.

중국 증시의 주가이익비율(PER)은 지난해 기업이익 대비 69배에 달했다.

PER는 높을수록 기업가치가 고평가됐음을 뜻하는 수치로, 미국의 1929년 당시 PER는 28배, 1987년 불황기도 18배에 불과했다.

언제 중국 증시가 붕괴할 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러나 버블이 붕괴하더라도 중국 시장은 버블 이전과는 완연히 다른 모습일 것이다.

투자열풍은 중국 증시의 현대화와 시장중심적인 금융시스템 구축에 기여하고 있다.

역사는 버블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보여줬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버블붕괴시 간과하는 사실은 펀더멘털의 개선이 위기보다 더욱 오래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존 케인즈는 1929년 대공황이 불어닥쳤을 때 잘못된 판단에 따른 투자를 비판하면서도 증시의 버블로 인해 세계가 그만큼 부유해진 것도 사실이라고 평했다.

미국경제가 겪은 가장 큰 후퇴기인 대공황으로 인해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1950년대 중반까지 완전히 회복하지 못하는 불황을 겪었으나 이 경험은 기초적인 투자자 안전장치를 마련하도록 해 시장의 안정성을 강화시켰다.

태국의 저명한 한 펀드매니저는 현재 중국의 상황은 여러모로 미국의 1920년대와 같다고 분석했다.

1980년대 일본과 대만은 극호황기를 맞았으며 당시 두 시장 역시 중국시장의 현모습에 비견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시장은 1990년대 들어 버블의 붕괴를 목도했다.

대만 증시는 반년만에 79% 폭락했으며 일본 역시 이후 장기 불황으로 빠져들었다.

버블이 없었다면 경제적 고통도 덜했을 것이지만 이 덕택에 일본은 금융시장의 개혁을 이룰 수 있었다.

일본 당국이 좀더 나은 정책을 택했더라면 불황의 고통도 그만큼 단축될 수 있었을 것이다.

비슷한 경험은 2000년 미 나스닥시장의 버블에서도 찾을 수 있다.

당시 버블은 혁신과 인터넷의 전파에 기여했다.

중국 당국은 2005년부터 증시 재건에 나섰다.

1년 동안 새로운 기업공개를 금지하면서 증권사들이 새로운 투자시스템을 갖추도록 재정적인 지원을 제공했으며 주식매매를 제한한 규정도 없앴다.

그 덕택에 중국 증시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천정부지의 상승세를 구가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은행과 차이나항공 등 10개의 주요 상장사 가운데 7곳이 상장을 마쳤으며 이는 투자붐으로 이어졌다.

중국 증시에는 5천만명 이상의 개인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이 전체 거래의 70%를 점하고 있다.

이는 서방국가들에서 대규모 투자사들이 하는 역할과 같다.

중국은 지금 버블의 붕괴에 직면해 발전의 성과들을 어떻게 지켜내느냐는 도전에 직면해있다.

그리고 그 열쇠는 개인투자자들이 주도하고 있는 투자문화가 쥐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jb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