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등기부를 믿고 땅을 샀을 때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80%의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9단독 임정택 판사는 김모씨가 등기부등본과 임야대장이 잘못 작성되는 바람에 있지도 않은 땅을 사게 됐다며 국가와 강원도 횡성군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김씨는 강원도 횡성군의 임야 약 1천㎡을 4천만원에 사들인 뒤 소유권 이전등기까지 마쳤지만 부동산 등기부등본과 임야대장에 기재된 것과는 달리 해당 임야는 존재하지 않았다.

알고보니 해당 임야는 1925년에 이미 근처의 땅과 통합된 후 다른 번지수의 토지로 바꿔 등록됐고 횡성군은 1991년 해당 임야가 존재하지 않아 말소해야 한다는 문서를 작성한 뒤 임야대장에 등록사항 정정대상 토지라고 기재한 상태였다.

해당 임야에 대한 재산세는 2천원 미만이어서 지방세법에 따라 징수되지 않았고 김씨는 결국 `없는 땅'을 돈 주고 산 셈이 되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국가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해당 임야에 대해 정확히 조사하지 않고 마치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임야대장을 작성한 과실이, 횡성군은 부동산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가 됐으면 임야대장을 정리했어야 하는데도 등록사항 정정대상 토지라고 기재만 한 채 그대로 방치한 과실이 있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재판부는 "등록사항 정정대상 토지라는 기재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그 토지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고 정정대상 토지라고 기재된 임야대장을 열람했다고 해서 그 토지의 등록사항 중 어떤 부분이 잘못됐는지 알 수 없다는 점 등의 사정을 인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씨는 임야대장을 열람해 등록사항 정정대상 토지로 기재된 사실을 알게됐으면 그 경위를 문의하는 등의 방법으로 해당 임야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사전에 알 수 있었는데도 이를 게을리한 과실이 있다"며 김씨의 책임을 20%로 보고 국가측이 3천200만원을 배상해주라고 판결했다.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na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