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부지법 형사1단독 김용호 판사는 15일 재판 과정에 불만을 품고 판사를 찾아가 석궁으로 상해를 입힌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명호(50) 전 성균관대 교수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김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재판 과정에 불만을 품고 판사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1인시위를 하고, 귀가하는 판사를 찾아가 석궁으로 상해를 입힌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터넷을 통해 판사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에 대해서는 "판사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보기 어렵고, 김씨가 인터넷에 올린 글이 특별히 허위라는 점을 검찰이 입증하지 못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김 판사는 이어 "이 사건으로 인해 법치주의의 최후의 수호자인 사법부에 대한 위해 가능성이 현격히 증대됐다"고 강조했다.

김 판사는 그러나 "피고인이 초범인데다 성균관대 본고사 문제 오류 및 교수 재임용 탈락과 관련한 오랜 재판을 통해 재판부 전체에 대한 불신이 커진 점, 피고인의 연령과 범죄동기와 정황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이유를 덧붙였다.

김 판사는 이날 선고공판에서 이례적으로 피해자 박홍우 판사의 옷에 묻은 혈흔과 범행에 사용된 화살 등 증거가 조작됐다는 김명호 전 교수측의 의혹제기에 대해서도 일일이 반박했다.

김 판사는 "피해자가 입었던 옷 가운데 셔츠에는 혈흔이 없다는 점이 확인됐지만 특별히 조작됐다고 볼 이유가 없는 이상 증거조작으로 볼 수 없다"고 결론내리고, 압수된 화살 가운데 범행에 사용된 화살이 없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증거로 제출된 화살들은 피고인이 범행 당시 소지했던 적법한 증거"라고 밝혔다.

김 판사는 "피해자와 목격자들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거나 서로 일치하지 않는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핵심적인 내용은 일치하는데다 인간의 기억은 점차 희미해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들의 증언에 큰 문제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재판에는 김 전 교수측 가족을 비롯해 시민단체 회원, 민교협 교수 등 30여 명이 참석해 재판을 방청했으며, 재판부의 선고에 대해 크게 반발하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소속 김세균 서울대 교수는 "형사소송법상 명백히 증거로 인정되지 않은 것은 재판에서 증거로 채택될 수 없다"면서 "이번 재판에서는 증거채택 등에서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김 전 교수의 가족들은 "전치 2-3주에 불과한 상해와 1인시위를 통한 명예훼손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한 것은 과도한 처벌"이라며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조 기자 kb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