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중국의 덩샤오핑은 한 연설에서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우리에겐 희토류가 있다"고 말했다.

휴대폰·PDP·차량엔진·항공기부품 등의 핵심소재로 '첨단산업 비타민'으로 불리는 인듐 티타늄 몰리브덴 등 '레어메탈'(Rare metal,희소금속)이 장차 이 산업 성패를 좌우할 전략자원으로 대두될 것이고,그렇게 되면 세계 희토 매장량의 70%를 보유한 중국이 석유 부국인 중동국가들처럼 강력한 산업 지배력을 가질 것임을 강조한 말이다.

15년이 흐른 2007년,덩샤오핑의 예언이 그대로 실현되고 있다.

매년 10%대의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중국이 안으로는 철강 전자 자동차 등 첨단산업을 육성하고,밖으로는 희소금속 원료광물 유출을 강력히 통제하기 시작하면서 일본 한국 등 희소금속 대량 소비국들에 초비상이 걸렸다.

중국 정부는 2004년 주요 희소금속에 대한 첫 수출규제 정책을 발표한 이래,2006년 9월에는 비철금속 산업의 통제를 위해 수출증치세(15%) 환급제도를 폐지했다.

나아가 올 1월에는 수출관세 부과와 쿼터제를 도입했다.

수출가격 자체를 높임으로써 희소금속 반출을 까다롭게 만든 것이다.

지난 6월에는 수출관세 추가 인상 등 제재조치를 또다시 발표했다.

자원 전문가들은 이 조치를 중국이 우라늄 같은 에너지자원뿐만 아니라 희소금속에 대한 통제를 노골화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제 희소금속의 시세가 춤을 췄다.

지난 3년 사이 인듐ㆍ안티몬은 각각 2배,몰리브덴ㆍ텅스텐은 각각 4배 가량 올랐다.

현재 희소금속 유통은 앵글로아메리칸과 리오틴토,BHP빌리턴 등 20여개 대형회사들이 공급망을 틀어쥔 채 시장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가장 먼저 비상이 걸린 곳은 희소금속 최대 소비국인 일본이다.

희소금속을 중국 등지에서 들여와 첨단소재 및 부품을 만들어 내다파는 일본은 정부가 나서 디지털가전 및 철강 등의 생산에 필수적인 희소금속이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국가 비축 대상 품목을 7개에서 15개 이상으로 대폭 확대하고 비축량을 늘리기로 했다.

또 중장기적으로는 희소금속을 대체할 수 있는 신소재 개발과 새로운 거래처를 확보하는 내용의 종합대책도 만들었다.

반면 한국은 캐나다회사가 폐광된 상동광산을 매입했는데도 '태평'이다.

전략적 차원의 비축 물량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광업진흥공사와 일부 민간기업이 2~3곳의 특수강 제조용 광물질 개발에 나서고 있는 정도에 머물고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만갑 박사는 "자원 민족주의가 극에 달하고 있는 만큼 언제 희소금속 파동이 몰아닥칠지 모른다"며 "정부 차원에서 희소금속 확보 및 비축,대체물질 개발지원 등의 종합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국내 핵심산업인 정보기술(IT) 전자 자동차 조선 등에 치명적인 영향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