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1일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에 대한 청와대의 고소와 관련,"참여정부의 핵심가치를 아무 근거도 없이 공격했다"면서 "근거를 내놓지 않으면 처벌받아야 한다"고 말해 고소를 철회할 생각이 전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노대통령 특유의 억지와 적반하장식 논리"라고 즉각 반박하면서 이에 대한 맞대응으로 이 후보 뒷조사 의혹과 관련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 후보에 대한 고소를 철회할 생각이 없는지를 묻는 질문에 "우리나라의 잘못된 정치풍토 중 하나가 정치가 법 위에 있는 것처럼 생각한다는 것"이라며 "정치는 법 위에 있지 않고 후보도,선거도 법 위에 있지 않다.

모두가 법에 따라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공작하지 않는 정권이라는 이 사실이 저와 참여정부의 핵심가치"라고 주장하면서 "이 핵심가치를 (이 후보가) 아무 근거도 없이 공격했다.

근거를 내놓으면 처벌받지 않겠지만,내놓지 않으면 당연히 처벌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유능한 사람이 되더라도 원칙을 짓밟으면서 정권을 잡아서는 국가발전,국민행복,역사발전에 기여할 수 없다"며 "어느 쪽의 승리보다 원칙이 이기는 선거여야 한다.

자기들의 승리를 위해 남의 가치를 근거없이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분명히 말하고 싶다"고 거듭 강경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원칙없는 기회주의자들의 싸움에 별 관심이 없다.

그냥 원칙이 승리하기를 바랄 뿐"이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노무현 대통령이야말로 '이놈의 헌법'이라며 헌법과 법률을 무시하고,헌법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의 거듭되는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선거판에 개입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며 "헌법과 법 위에 있었던 사람은 바로 노 대통령"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정부기관이 야당 후보의 뒷조사를 한 것이 사실로 밝혀졌는데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책임지는 게 당연하다는 게 상식"이라며 "그런데도 노 대통령은 검찰을 끌어들여 오히려 이명박 후보를 폄하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의도를 노골화했다.

이것이야말로 신 공작정치"라고 맹비난했다.

한나라당은 이와 함께 소속 의원 129명 전원의 명의로 '국정원 국세청 등의 이명박 대선후보 불법조사와 관련한 집권세력 개입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요구서'를 이날 국회에 제출했다.

요구서는 이번 국정조사의 대상으로 △국가정보원과 국세청의 이명박 후보·친인척 불법조사 의혹 및 청와대 등 집권세력 개입의혹 △건설교통부의 대운하 공약 왜곡·조작과 관련한 의혹 및 청와대 등 집권세력 개입의혹 △이명박 후보 불법조사 및 경부대운하 재검토 관련자에 대한 승진포상 등 특혜 의혹 △기타 조사과정에서 드러나는 야당후보에 대한 정치공작 일체 등을 제시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