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124개를 지방으로 이전시키는 10개 혁신도시 가운데 처음으로 제주 혁신도시가 12일 서귀포시 현장에서 첫 착공식을 갖는다.

정부는 이달 20일에는 경북 김천 혁신도시의 첫삽을 뜨는 등 연내 순차적으로 혁신도시를 착공할 예정이다.

그러나 수용되는 토지의 보상금을 둘러싼 현지 주민들과의 갈등으로 현재로선 연말까지 3~4곳 착공도 불투명해 혁신도시 건설 계획에 차질이 예상된다.

여기에 착공 1호 혁신도시에 300억원을 지원키로 한 정부의 '당근'을 둘러싸고 대구와 김천 혁신도시가 서로 제주가 아닌 자신이 1호라고 주장,혼선이 빚어지는 기막힌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5곳은 보상에 들어가지도 못해

혁신도시 건설 사업은 극히 지지부진하다.

국·공유지가 대부분인 부산을 제외한 9개 혁신도시 가운데 현재 보상이 진행 중인 제주(서귀포) 경북(김천) 대구 경남(진주) 등 4곳은 그나마 진도가 빠른 편이다.

울산 등 5곳은 보상 작업에 들어가려면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형편이다.

제주와 김천은 보상률(면적 기준)이 각각 70%와 50% 수준이지만 대구와 진주는 5%밖에 안 된다.

정부가 당초 이달 대구와 울산 혁신도시 착공식을 가지려 했던 계획을 취소한 것도 이러한 사정 때문이다.

대구는 오는 10월 말께 착공한다는 계획이지만 미지수다.

대구시 관계자는 "10월 말까지 보상 협의를 마치고 착공할 예정이지만,주민들과의 협의가 원활히 진행돼야 가능한 일"이라며 착공이 내년으로 미뤄질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진주는 아직 착공일을 못 잡고 있다.

울산은 다음주 이후 보상 협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러나 울산시 관계자는 "주민들의 보상 요구액이 높아 협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광주·전남과 강원은 보상 전 단계인 감정 평가조차 끝나지 않았다.

충북은 감정평가 가격 사정 작업 중이며 전북은 보상계획 공고를 준비하고 있다.


◆'착공 1호' 논란도

여기에 '혁신도시 1호 착공' 논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대구시와 김천시는 제주가 12일 착공식을 가질 예정이지만 아직 제주시에 신고서를 내지 않은 만큼 지난 5일 착공 신고서를 제출한 자기네들이 '혁신도시 1호'라고 주장하고 있다.

크레인을 동원하고 삽으로 땅을 파는 정식 행사를 열지 못했을 뿐 서류 상으로는 먼저 착공했다는 것이다.

제주는 물론 이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반박하고 있다.

제주 혁신도시 시행자인 대한주택공사 관계자는 "착공신고서는 행사를 마친 뒤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지자체들이 '착공 1호'를 놓고 논란을 벌이는 것은 건교부가 착공 1호와 2호 지자체에 각각 300억원과 100억원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제주의 착공 절차가 초스피드로 이뤄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제주는 지난달 27일 실시계획 승인을 받은 지 한 달도 안 돼 착공에 들어갔다.

절차 상의 문제는 없지만 신도시의 경우 실시계획 승인 후 통상 1년 뒤 착공하는 것에 비하면 전광석화가 아닐 수 없다.

어찌 됐건 어떤 기준으로 혁신도시 착공 1호를 결정할지는 건교부에 공이 넘어간 셈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한 전문가는 "혁신도시는 거대한 인프라가 구축되는 도시"라며 "한 도시를 건설하려면 충분한 시간을 갖고 많은 부분을 고민해야 하는데 2012년까지 마치라는 정부 방침을 따르다 보니 무리수가 속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