林都洙 <보성파워텍 회장 dslim@bosungpower.co.kr>

얼마 전 일본 출장을 다녀왔다.

외국으로 출장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견문을 넓히고 새로운 지식을 얻기 위해서는 외국을 다니는 것보다 더 나은 방법이 없는 것 같다.

이번 출장 기간 중에는 세계적 자동차 메이커인 도요타자동차 공장을 견학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도요타자동차의 성공 사례는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내 눈으로 직접 보고 난 후 형언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았다.

우리를 안내한 도요타 홍보부서 관계자는 자부심 가득한 얼굴로 우리들에게 지난 50년간 단 한 번의 정리해고 없이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노동생산성 역시 다른 기업들보다 훨씬 높다고 말했다.

이때 우리 일행 중 한 명이 노사 관계에 대해 묻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도요타자동차의 노사 관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1953년 이후 무분규를 기록하고 있으며,올해는 최근 4년간의 임금 동결을 끝내고 노사 분규 없이 월 1000엔(약 8000원) 임금 인상 조건으로 협상을 타결했다고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릴 때부터 남을 배려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희생을 감수하는 일본식 교육의 힘에 많은 영향을 받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일본이 옳고 우리가 그르다는 게 아니다.

일본과 우리나라가 처해 있는 현실이 다르고 경영 환경이 다른 만큼 그에 따른 문제와 해결 방법이 다른 것은 충분히 공감이 가겠지만 도요타의 경영 사례는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는 것 같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이태백' '사오정'이란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경영 환경과 고용 사정이 악화되고 있다.

또 패기 넘치고 유능한 젊은이들은 다들 공무원 병에 걸려 고시촌과 학원가를 전전하고 있는 반면 중소기업은 잦은 이직으로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으며 생산성 향상은커녕 현상 유지도 어려운 상황이다.

노사 문제와 중국 제품의 국내 진출 등 각종 난제들도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러한 때에 상생과 신뢰의 기본 원칙이 바탕이 되지 않는 노사 문제는 매년 '임금 협상=파업'이란 이상한 공식을 만들어 내면서 기업 경영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물론 '기업은 항상 옳고 노조는 잘못이다'는 식의 일방적 접근 방법이 옳다는 것이 아니라 상생의 기본 원칙이 바탕이 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안타깝다는 이야기다.

우리도 어릴 때부터 남을 배려하고 공익을 우선하는 교육에 좀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면 어떨까.

숙소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내내 상생과 협력이란 말들이 머리 속을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