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45)는 2005년 1월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2억5000만원을 빌렸다.

대출조건은 3년거치 20년 상환,대출금리는 3개월 변동금리(CD금리 기준)를 기본으로 4.60%를 적용받아 한 달에 이자를 95만8300원씩 냈다.

그러나 지난달 통장에서 빠져나간 이자는 무려 127만2916원.기준금리인 CD금리가 급등하면서 대출금리가 6.11%로 오른 탓이다.

늘어난 이자만 매달 30만원이 넘는다.

더 큰 걱정은 원금 상환이 시작되는 내년부터다.

금리가 더 이상 오르지 않는다 해도 내년부터는 원리금으로 매달 191만3611원을 꼬박꼬박 내야 한다.

그 것도 20년간 말이다.

더욱이 대출받아 산 집값이 떨어졌다는 뉴스가 들릴 땐 죽고 싶은 심정이다.

그는 고2인 큰 아이 학원을 세 곳에서 두 곳으로 줄이기로 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폭등하면서 대출을 받아 내집 마련에 나섰던 사람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금리가 사상 최저였던 2004~2005년 분할상환방식으로 대출받은 사람들이 올해를 기점으로 원금 상환을 시작하면서 고통을 받고 있다.



◆이자 부담 급증

주택대출 규모는 2001년 이후 은행권을 중심으로 확대돼 올 5월 말 현재 301조800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들 대출은 대부분 변동금리를 택하고 있다.

은행권만 보면 93.8%가 변동금리대출이며 고정금리대출은 6.2%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최근 금리 급등으로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2005년 8월 4.60~5.75%였던 대출금리가 지난달엔 6.17~7.67%까지 급등했고 신한은행도 2005년 9월 4.71~5.61%→2007년 9월 6.29~7.69%로 가장 높은 금리를 기준으로 2%포인트 넘게 올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6년 말 기준으로 6대 은행(국민 신한 우리 하나 농협 SC제일)의 차주당 주택대출 규모는 6731만원.지난 2년간 대출을 받은 차주당 이자가 연간 134만원,한 달에 11만원 늘어난 셈이다.

집값이 비싼 수도권의 경우 이자 부담은 더 커졌다.

신한은행의 경우 서울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차주당 금액은 8670만원으로 이들의 이자 부담은 대출받은 시점보다 연간 173만원,한 달에 14만원가량 늘었다.

자영업자인 B씨의 경우 지난해 7월 경기도 고양에서 매입한 109㎡ 아파트를 올 6월 내놨다.

당시 3억7000만원에 사면서 1억5000만원을 대출받았는데 집 값이 3억원대 초반으로 떨어진 데다 금리 인상으로 이자마저 한 달에 10만원 이상 더 내게 됐기 때문이다.

장사가 안돼 이자 내는 것마저 힘겨워진 B씨는 다락처럼 오른 휘발유값도 겁나 이제 서울 출퇴근에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고 있다.

신한은행 행신지점 관계자는 "서민층이 많은 지역이다보니 최근 금리 인상이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며 "일부 연체가 돼서 집을 매매하겠다는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원리금 상환 본격화

더 큰 문제는 원리금 상환 시점이 본격적으로 도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잔액 218조원(2007년 4월 기준) 중 올해 30조5000억원(14%),2008년 27조5000억원(12.6%),2009년 17조2000억원(7.9%) 등 3년 내 전체 대출의 3분의 1 이상이 만기가 도래한다.

전체 대출의 55%가 약정만기 10년 초과임을 감안하면 일시상환분의 경우 대부분 2009년까지 상환이 끝난다고 볼 수 있다.

분할상환대출을 받은 사람 대부분도 조만간 원금 상환을 시작했거나 해야 하는 상황이다.

주택담보대출이 2001년 이후 폭증해 2004~2005년에 가장 많이 나갔고 이 중 대부분이 3년 거치를 조건으로 나갔기 때문이다.

만약 대출금 1억원,대출금리 연 6%,거치기간은 3년에 원리금 균등분할상환 조건으로 이자로만 월 50만원을 내던 사람이 원금 상환을 시작한다면 만기 10년인 경우 부담은 월 146만1000원으로 192.2% 증가하며 △만기 15년의 경우 월 97만6000원(95.2% 증가) △만기 20년인 경우 월 78만3000원(56.6% 증가) △만기 30년인 경우 월 62만4000원(24.8% 증가) 등으로 부담이 급증한다.

실제 2004년 5월 1억5000만원을 3년거치 15년 상환으로 대출받은 C씨(37)는 최근 금리인상에다 원금상환까지 시작되면서 월 부담이 70만원 선에서 150만원 선으로 커졌다.

목돈이 필요해진 그는 적립식 펀드를 환매하고 보장성 보험까지 해지했다.

추가 대출을 알아보던 그는 대출규제에 막혀 저축은행 등에서 상담을 받고 있으나 여의치 않은 상태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