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정부가 야심차게 발표했던 8·31대책이 31일로 2년이 지났다.

8·31대책의 키워드는 '세금'으로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을 대폭 늘리고 2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가 주요 골자다.

이 대책이 나오자마자 집값이 급락하는 등 부동산 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그러나 집값 하락은 잠깐에 그쳤다.

수요는 넘치는 데 공급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곧바로 집값이 치솟기 시작했다.

'버블 세븐'이란 용어가 등장한 것도 이 때다.


시장의 역습을 받은 것이다.

정부는 급기야 작년 말 '수요 억제'에서 '공급 확대'로 정책을 선회했다.

그러나 시기를 놓쳐 이미 집값은 오를 대로 오른 뒤였다.

정부는 잇따른 신도시 건설 발표로 시장의 불안심리를 잠재우려 했지만 한계에 부닥치자 분양가 상한제와 원가공개라는 비상카드를 꺼내놨다.

그러나 부동산시장의 불안한 그림자는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모습이다.

이들 제도는 이달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이 때문에 주택업계는 8월 말까지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그동안 준비해왔던 신규 주택을 서둘러 내놓았다.

여기에 청약가점제에 불리한 수요자들이 모델하우스로 몰리면서 올 여름 분양시장은 때 아닌 호황을 맞았다.

◆2년간 서울 집값 35% 올라

8·31대책의 약발은 얼마가지 못했다.

정부의 고강도 대책에 숨을 죽이던 부동산 시장은 2006년 3월부터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지난해엔 집값이 하루에 수천만원씩 오르는 경우도 있었다.

정부는 3·30대책,11·15대책,1·11대책,1·31대책 등을 쏟아내며 진화에 나섰지만 시기를 놓친 탓에 약발이 받지 않았다.

지난해 9월에는 집값 상승지인 강남 용인 등 7개 지역을 '버블 세븐'으로 규정하며 집값 폭등에 브레이크를 걸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불길이 수도권 전체로 확산되면서 서민들의 내집 마련은 점점 멀어져 갔다.

지난해 10월 말 검단신도시 발표 이후 그동안 소외됐던 서울 강북과 수도권 외곽지역 집값마저 크게 올라버렸다.

집값 상승 수치상으로도 8·31대책은 실패로 판명됐다.

8·31 대책발표 이후 2년간 서울지역 집값은 평균 35.68%나 올랐다.

1기 신도시는 36.27%,수도권은 38.10% 상승했다.

작년 한 해 과천은 무려 49.2% 올랐고,파주(48.1%),안양 동안(47.8%),군포(47.7%),성남 수정(47.3%),일산(40.3%) 등도 40%를 상회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8·31대책 때 3.3㎡(1평)당 매매가가 평균 1268만원이었으나 현재는 1754만원으로 500만원 가까이 상승했다.

1기 신도시는 1138만원에서 1572만원,경기도는 733만원에서 1010만원까지 치솟았다.

◆명암 엇갈린 토지시장

토지시장에는 8·31대책이 효과를 발휘했다.

투기수요 차단을 위한 강력한 규제책이 먹혔기 때문이다.

토지거래허가 기준을 강화하고,기반시설부담금 도입 등을 통해 개발이익을 환수하고 양도세와 종부세 부담을 크게 늘렸다.

이로 인해 매수세가 자취를 감추면서 거래도 사라졌다.

그러나 땅값도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2005년 전국 평균 땅값은 4.99%가 올랐으나 지난해는 5.61%로 2002년(8.98%) 이후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행정중심복합도시 기업도시 혁신도시 등 각종 개발사업이 벌어진 지역에서는 땅값이 폭등했다.

지난해 충남 예산군은 17.06%나 올랐고 홍성군(16.84%),충북 음성군(12.12%),충남 연기군(10.38%),전남 나주시(9.86%) 등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올해는 7월 말 현재 1.77% 상승해 오름폭이 크게 둔화됐다.

하지만 전국 땅값 상승률이 다섯달 만에,토지거래량은 6개월 만에 각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토지시장도 불안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땅값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이 초강세를 보이면서 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효과도 미지수

8·31대책의 실효성 논란이 지속되자 정부는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분양가 상한제를 내놨다.

공공택지에만 적용하던 분양가 규제를 민간아파트에도 도입,분양가를 낮추겠다는 게 핵심이다.

명분은 민간아파트 고분양가를 규제해서 집값 불안을 차단하고 서민들에게 싼 값에 집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분양가 상한제는 시작도 하기 전에 신규 공급시장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주택건설업계가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9월 이전에 사업승인 신청을 하겠다고 한꺼번에 몰리는 바람에 전국에서 허가대기 중인 물량이 5만1000여가구(8월7일 기준)에 달하고 있다.

더욱이 대선을 앞두고 이른바 반값 아파트,비축용 임대주택 등 선심성 대책이 쏟아지면서 올 상반기에 지속된 시장안정 분위기가 얼마나 이어질지 가늠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부동산컨설팅업체 황용천 와이플래닝 대표는 "시장을 무시한 8·31대책이 결국 시장의 역습을 받아 부동산 시장이 요동쳤다"며 "앞으로 시장 원리를 반영한 정책을 펴는 것이 남은 과제"라고 지적했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