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들어 은행권을 시작으로 주요 대기업들의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가 본격화된다.

취업시즌이 막을 올린 것이다.

올 하반기에는 취업시장을 주도했던 전기·전자 업종에서 신규 일자리가 줄어들고 은행 증권업계 등 금융권의 일자리는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은행권을 중심으로 학력과 나이 등에 전혀 제한을 두지 않는 '열린채용'이 은행권 전반에 확산될 조짐을 보이는 변화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2005년 외환은행이 이 채용방식을 처음 도입했으며,올 하반기에는 우리은행 산업은행 등도 이에 가세할 채비다.

금융권 중 유독 은행권에서 열린 채용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최근 몇년 사이 시중은행 간 영업전이 격화된 게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영업전선을 확대하는 데는 학벌이나 영어실력보다 사람을 사귀는 능력과 입사 이전의 사회경험 등이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어서다.

물론 '신입사원 뽑는 데 학벌 나이 안보는 회사가 어디 있어.말로만 열린 채용,열린 채용하고,실제로는 서울대 연·고대생을 중심으로 뽑을 게 분명해'라고 지레 짐작하는 취업준비생도 있겠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외환은행 열린채용 합격자들은 "동기들이 20대 초반에서부터 30대 후반까지 다양한 걸 보면 학력이나 나이 등은 채용에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2005년 실시된 첫 열린채용 합격자인 송지용 대리(34·사무지원부)의 경우 세무법인에서 1년 정도 근무하다가 열린채용 1기로 입사했다.송씨는 세무사로 경력을 쌓아가던 중 '은행 프라이빗 뱅커(PB)로 일해보고 싶다'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외환은행으로 옮겨왔다."PB가 꼭 되고 싶어서 은행에 입사하는 방법을 알아보고 있었는데,나이가 애매한 상황이었습니다.직장경력이 1년밖에 안돼 경력직으로 입사하는 데는 무리가 있었고,신입사원 공채를 보기에는 나이가 많았어요."

지난해 3기로 입사한 정효진 영업부 계장(25)은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의미에서 열린채용에 응시한 케이스다.정 계장은 초·중·고등·대학교를 모두 외국에서 나온 '글로벌 인재'다.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 3개 국어가 가능해 어떤 기업이라도 탐을 낼 만한 재원이지만,신중한 고려 끝에 외환은행 열린공채 시험을 보게 됐다."한국에서 학교생활을 전혀 해보지 않은 게 오히려 입사하는데 '핸디캡'이 되는 경향이 있었는데,열린공채의 경우 배경이 전혀 고려되지 않기 때문에 자신있게 응시할 수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외환은행의 열린공채 출신 직원들은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이전부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차근차근 준비해나가는 과정을 밟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