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 중계동 현대아파트 119㎡(36평)형에 세들어 사는 김모씨는 얼마 전 집주인으로부터 전세금을 3000만원 더 올려달라는 이야기를 듣고 시름에 빠져있다.

작년 가을 전셋값이 많이 올랐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자신에게 불똥이 튈 줄은 미처 예상치 못했던 것이다.

2년 전 김씨가 세를 얻을 때만 해도 1억5000만원 하던 전셋값이 요즘은 2억원을 호가하고 있다.

집주인은 "재계약이라서 그나마 덜 올리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10월까지 목돈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눈 앞이 캄캄하다.

유치원을 다니는 자녀들이나 출퇴근 시간 등을 고려하면 다른 곳으로 이사하기도 쉽지 않다.

김씨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집주인의 요구를 들어주는 게 유리하다.




지난 2년간 전셋값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세입자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과 수도권 전셋값은 2년 전보다 평균 19~20% 정도 올랐다.

2억원 하던 전셋집을 재계약하려면 4000만원이 더 필요하다는 뜻이다.

심지어 포천 등 일부 지역은 40%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목돈 부담은 되더라도 웬만하면 재계약을 하는 게 최선"이라고 조언한다.

재계약을 하면 통상 시세보다 1000만~2000만원 정도 싸게 계약연장이 가능하면서도 출·퇴근이나 자녀교육 등에 익숙해진 생활권을 벗어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약이 세입자·주인 모두 이익

세입자가 보증금이 부족해 평형을 줄이거나 수도권 외곽으로 멀리 나가야 할 정도가 아니라면 살던 집에서 재계약을 하는 게 여러 모로 좋다.

세입자들이 재계약을 요청하면 집주인들은 전셋값을 주변 시세보다 1000만~2000만원 정도 낮춰 재조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기존 세입자가 맘에 들어서 그런 게 아니다.

복비 등 제반 비용을 감안할 때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고 시세에 맞춰 세입자를 새로 구하는 것보다 나을 게 없기 때문이다.

김씨의 예를 들어 설명해 보자.집주인 입장에서 2억원에 세입자를 새로 구하려면 중개수수료(전세 1억~3억원 중개수수료는 0.3%) 60만원에다 도배나 장판 교체,집 수리 비용 등 이래저래 100만~200만원이 들어간다.

이 정도의 이자소득을 얻으려면 금리 5%를 기준으로 2년간 1000만~2000만원이 필요하다.

따라서 집주인은 시세보다 1000만~2000만원 싸게 기존 세입자와 재계약해도 별로 손해볼 게 없다.

김씨 입장에서도 설령 집주인이 주변시세(2억원)만큼 보증금을 올려달라고 해도 2억원을 주고 다른 집으로 옮기는 것보다 재계약하는 편이 낫다.

새 전셋집을 구할 때까지 중개수수료, 포장이사 비용 등 보증금 외에 통상 200만~400만원이 더 필요하다.

이는 2000만~4000만원을 2년간 은행에 넣어두는 것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시세만큼 전세금을 올려줘도 새로 이사하는 것보다는 전세를 싸게 얻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결국 재계약은 집주인과 세입자에게 모두 남는 장사인 셈이다.

전셋집은 새 입주단지부터 찾아라

불가피하게 전셋집을 옮겨야 한다면 입주가 시작된 대단지 아파트를 맨 먼저 찾아보는 것이 좋다.

전세 물건이 풍부하다 보니 대부분 주변시세보다 싼 값에 전셋집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권에서는 송파구 잠실주공3단지를 재건축한 트리지움이 최근 입주를 시작했다.

3696가구의 대단지로 주변 전셋값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7월 집들이를 시작한 강동구 암사동 현대대림아파트도 1622가구나 된다. 이달 입주예정인 1122가구의 동작구 상도동 포스코더샵도 관심 물량이다.

인천에서는 최근에 입주를 시작한 남동구 구월동 롯데캐슬과 힐스테이트가 단지 규모만 8800여가구에 이르러 전세물량이 풍부하다.

경기도에서는 화성 동탄신도시에서 이달 8개 단지에서 5700여가구가 추가로 입주를 시작한다.

오산에서도 원동 e-편한세상 등 3300여가구의 입주가 한창이다.

용인에서는 10월 입주하는 동천동 동문굿모닝힐5차 1334가구를 고려할 만하다.

전셋값 인상분도 확정일자 꼭 받아야

재계약을 할 때는 전세금 상승분이 얼마라는 사실을 기존 계약서의 뒷면이나 특약사항란에 추가로 쓴 뒤,전셋값 추가분에 대해 새로운 확정일자를 받아둬야 한다.

이 때는 등기소를 방문해서 확정일자를 받아야 한다.

기존 확정일자를 받은 동사무소에서는 추가로 확정일자를 추가해 주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재계약 전에 새로 설정된 근저당이나 가압류 가처분 가등기 등 권리관계 변동이 있는지 확인하는 게 좋다.

기존의 전세금은 계약서에 찍혀 있는 확정일자에 따라 계속 보호받을 수 있지만,그 사이 은행 근저당 등이 추가돼 있을 경우 증액된 전세 보증금을 나중에 되돌려 받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약 전에 대한주택공사가 운영 중인 전월세지원센터(1577-3399)로 문의해 자세한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