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총 정원 확정을 둘러싼 정부 부처 간 혼선은 물론 대학 간 갈등도 점점 심화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법무부,법원행정처,대한변협 등 3개 기관 및 단체에 로스쿨 총 정원에 대한 입장을 24일까지 알려달라는 공문을 보냈지만 아직까지 회신을 보낸 곳은 한 곳도 없는 실정이다.

법무부와 변협은 "로스쿨 법 시행 전에 미리 입장을 밝히라는 교육부 요구는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초 정해진 기간 내에 답변을 보낼 것으로 알려졌던 법원행정처도 "교육부 입장을 수용하지 못하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대학들도 로스쿨별 입학정원을 놓고 이해관계에 따라 상대방을 비방하는 등 갈등을 지속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로스쿨이 당초 예정대로 2009년에 개교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들 정도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27일 "교육부가 로스쿨 총 정원에 대한 입장을 요구해 최근 '법원은 협의기관이기 때문에 미리 의견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공문으로 보냈다"고 밝혔다.

로스쿨법상 정원문제는 교육부와 법무부,법원행정처가 협의하고 대한변협과 법학교수회가 의견을 제시하게 되어 있는 만큼 법원이 협의도 아닌 단계에서 미리 의견을 제시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교육부 주도로 협의가 이뤄진다면 그때 가서 정원문제 등을 협의하면 된다"고 못박았다.

법원은 특히 "교육부가 미리 의견 제출 등을 요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로스쿨법은 지난달 27일 공포돼 2개월 뒤인 9월 하순부터 효력이 발생하는 데도 교육부가 법적 근거도 없이 의견 개진 등을 요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진강 대한변협 회장도 이날 변호사대회에서 기자와 만나 "교육부가 법이 시행되기도 전에 의견 개진을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는 9월 초순에 협의를 진행하겠다는 교육부의 방침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어서 의견수렴 절차가 상당 기간 늦춰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변협은 29일 대책위원회를 열어 로스쿨문제에 대한 변호사업계 입장을 결정할 예정이지만 총 정원 문제보다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로스쿨제도의 문제점을 집중 지적할 것으로 알려졌다.

○…로스쿨 정원을 둘러싼 논란은 대학들 사이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서울대가 26일 '입학정원 제한과 학생선발 쿼터제 등은 로스쿨의 도입 취지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교육부에 제출했고 연세대와 고려대도 이 의견에 동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복기 연세대 법과대학장은 "국제 경쟁력이 있는 로스쿨을 만들고 다양한 특성화 연계 과목을 만들려면 150명 정원으로는 모자란다"면서 "로스쿨에 있어서 만큼은 지나친 평준화 정책이 지양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대를 제외한 국립대 총장협의회는 "개별 로스쿨 입학정원을 150명 이하로 규정한 로스쿨법 시행령(안)은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며 개별대학 입학정원 상한제 도입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창수 로스쿨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은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주요 대학들이 기존에 사법고시 합격자를 많이 배출했다는 이유로 입학 정원을 늘려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다른 대학들과 차별화될 수 있는 특성화 계획을 제출하는 등의 노력이 없다면 별다른 노력 없이 기득권을 유지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과 다름 없다"고 설명했다.

정태웅/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