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본의 '아성'에 요즘 중국의 추격이 거세졌다.

아르헨티나 리오네그로주 남부의 시에라 그란데 철광석 광산.중국계 그레이드(Grade Trading)사는 지난해 이 나라 최대 철강그룹인 테친(Techint)그룹이 경제성이 없다며 1991년부터 채굴을 포기한 광산을 인수해 철광석 개발에 성공했다.

최근 6만2500t의 철광석을 중국으로 수출하자 현지 언론들은 "중국인들이 죽은 광산을 살려냈다"며 야단법석을 떨었다.

2004년 11월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브라질·아르헨티나·칠레 3개국을 순방한 이후 막대한 보유외환을 바탕으로 한 중국의 남미 투자는 '금해전술(金海戰術)'로 부를 만하다는 게 윤순석 국민은행 부에노스아이레스 지점장의 얘기다.

대규모 조사단을 아르헨티나와 칠레 국경을 이루고 있는 안데스산맥 일대에 파견,저인망식 광산 매입에 들어갔다는 것.

중국은 최근 가장 종합적인 영업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유통업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까르푸 등 유럽계 자본이 싹쓸이하다시피해 온 아르헨티나 소매유통시장에 중국 본토 상인들이 2001년 말 본격 진출,순식간에 3950개의 점포를 개설하면서 매장면적 250~400㎡ 규모의 대형 슈퍼마켓 시장에서 점유율을 30%로 끌어올린 것.

중국슈퍼마켓협회의 정지총(鄭紀琮) 상근부회장은 "아르헨티나 소비자들이 보수적이어서 이들에게 친숙하지 않은 중국상품은 들여다 팔 엄두를 아직 못내고 있다"며 "협회가 공동 구매방식으로 거의 100% 현지 제품을 소싱해 팔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은 현지 납품업체들에 물품대금을 30~90일짜리 어음으로 끊어주고 있는 까르푸 등과 달리 100% 현금으로 결제,좋은 품질의 상품을 낮은 가격에 우선적으로 공급받고 있기 때문이다.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온 유럽계 유통업체들에 눌려 있던 현지 제조업체들에 중국계 슈퍼마켓의 현금결제 마케팅은 새로운 '윈-윈 모델'을 이끌어냈다.

제조업 분야에서도 중국 기업들의 진출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브라질의 경우 생활소비재·전자부품·섬유·신발·휴대가전 등 50여개 기업들이 벌써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브라질과 칠레에서는 '만리장성' 브랜드의 SUV 등 자동차 수출까지 본격화하고 있다.

가격경쟁력을 갖춘 중국산 제품은 지난해 브라질 수입시장에서 2위로 올라섰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지난해 중국제품 수입이 40%나 급증,자국 생활용품 업체에 타격을 가하자 긴급수입제한 조치를 발동하는 등 난리를 칠 정도다.

남미 국가들의 심장부까지 파고들어 '일체화'에 성공한 일본과 단순 저가 공산품만이 아니라 유통·자동차·광공업 등으로 지평을 넓혀가고 있는 중국.고부가 제품의 일본과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에 빠진 한국 기업들의 위기는 남미시장에서도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