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비싸고 경유값 올라 부담 가중

연비 뛰어나 운행기간 길면 경제적

국산 디젤 세단(경유 승용차)이 맥을 못추고 있다. 가솔린 차량에 비해 강력한 힘과 뛰어난 연비를 갖췄는데도 불구하고 판매량은 극히 저조하다. 왜 그럴까? 디젤세단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좋지 않은 데다 디젤(경유) 값마저 꾸준히 상승해 메리트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서다. 구입 가격이 가솔린차량에 비해 비싼 것도 단점. 전문가들은 그러나 잘 따져보면 아직까지도 디젤차의 경제적 효용성이 높다고 말한다.

◆맥 못추는 국산 디젤 세단

국내에 디젤세단이 처음 선보인 것은 2005년 7월. 첫 모델인 기아자동차 프라이드 디젤은 당시 뛰어난 경제성을 바탕으로 전체 프라이드 판매에서 50% 이상을 차지했다. 프라이드 내 판매비중이 한때 62%까지 치솟았던 프라이드 디젤은 지난해 비중이 41%로 떨어지더니 올 들어 지난달까지는 25.8%로 낮아졌다. 쎄라토는 7.3%,로체는 1.8%에 머물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쏘나타 디젤이 지난해 전체 쏘나타 판매량의 8.5%를 차지했지만 올 들어서는 1.4%로 급감했다. 디젤 세단의 판매 감소세가 준중형과 중형으로 갈수록 더욱 두드러지는 셈이다.

라세티와 토스카 디젤을 판매 중인 GM대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준중형인 라세티 디젤차 판매량은 총 467대로 전체 라세티 판매량의 5.8%에 불과하다. 중형차인 토스카 디젤차량 판매량도 극히 미미한 실정이다.

◆경유값 상승과 비싼 차값이 결정타

디젤 세단 판매량이 저조한 이유는 디젤값 상승과 비싼 차값 때문이다. 국내에 디젤세단이 처음 선보인 2005년 7월만 해도 전국 평균 디젤가격은 1043원이었다. 이 때는 프라이드 디젤을 1년간 2만km를 주행해도 연료비가 123만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디젤값이 1282원(8월22일 기준)으로 오른 지금은 연간 연료비가 151만원으로 뛰었다. 정부는 지난달 제2차 에너지세제개편을 통해 휘발유/경유/LPG(액화석유가스)의 상대가격을 100 대 85 대 50으로 조정했다.

디젤 엔진 차량은 성능과 연비가 좋은 대신 가솔린 엔진을 단 차량보다 가격이 비싸기도 하다. 현대차 아반떼(디럭스 오토)의 경우 디젤차량은 1620만원으로 가솔린 모델(1360만원)에 비해 260만원 비싸다. 쏘나타(디럭스 고급형 오토)는 각각 2361만원과 2057만원으로 가격차이가 304만원에 달한다. 기아차 프라이드(SLX 오토)는 245만원,쎄라토(LX 기본형 오토)는 263만원을 더 줘야 디젤차량을 구입할 수 있다.


◆그래도 여전히 경제적인 디젤차

경유값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가솔린에 비해 싸고,디젤 승용차는 연비가 상대적으로 뛰어나다. 경제성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기아차 프라이드 1.5 디젤(SLX 오토)은 차값이 1421만원,연비는 ℓ당 16.9km다. 1년간 연료비는 151만원. 이에 비해 프라이드 1.6 가솔린 모델은 차값이 1176만원,연비는 13.0km,연간 유지비는 237만원이다. 디젤모델의 연간 연료비가 86만원 정도 싸다.

물론 운행 기간이 길수록 차이는 더 벌어진다. 두 차량의 5년간 유지비는 디젤 모델쪽이 427만원가량 저렴해 차량 구입가격의 차이(245만원)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업계 관계자는 "첨단 친환경 디젤엔진 기술 개발로 디젤차량의 성능이 개선됐고 가솔린차량에 비해 소음도 거의 없다"면서 "디젤차량이 가솔린차량보다 훨씬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