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대 주한 중국대사 장팅옌 중한우호협회 부회장 >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15년 만에 이렇게 발전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기초가 든든하게 다져진 만큼 상생의 정신으로 함께 발전해 나가야 합니다."

초대 한국 주재 중국대사를 지낸 장팅옌(張庭延·72) 중한우호협회 부회장은 "한국과 중국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연인과 같은 관계"라며 "양국 간 수교가 없었다면 남북문제나 미국과 북한과의 관계 등이 지금처럼 원만하게 풀려나가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 전 대사는 "앞으로 한·중 외교는 공통의 이익을 추구하는 일체화(운명 공동체라는 의미)의 관계로 진전될 것"이라며 "양국이 경제적으로 더욱 성장하고 발전하려면 파이를 함께 키워 서로 '윈윈'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남북한이 분단돼 있고 이를 둘러싼 여러 나라의 이해가 충돌하는 만큼 한국과 중국의 긴밀한 협조는 동북아시아와 세계의 평화를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베이징대 조선어문학과를 졸업한 장 전 대사는 남북한을 통틀어 21년간 한반도에서 근무한 중국 내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

1963년부터 1989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15년간 북한에서 일한 뒤 1992년 8월 수교 때부터 1998년 9월까지 초대 한국대사를 지냈다.

그는 "지난 15년의 한·중 관계는 상호간에 신뢰를 쌓은 기간"이라며 "이젠 경제적으로나 모든 면에서 서로 뗄 수 없는 관계가 된 만큼 더욱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전 대사는 "중국과 정서적으로 연대감이 깊은 사회주의 국가 북한보다도 한국 사람들이 중국을 더 잘 이해해 이렇게 빠른 속도로 양국 관계가 발전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장 전 대사는 "중국과 한국은 각각 '북한'과 '대만'이라는 부담을 감수하면서 외교관계를 맺었으나 양국이 수교 후 빠르게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을 목격할 수 있었던 것은 매우 행복한 경험이었다"면서 "중국에 많은 한국 기업이 진출하는 것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충고의 말도 빼놓지 않았다.

두 나라의 관계가 더 발전하려면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냉정한 판단이 요구된다는 지적이었다.

"최근 양국이 대화로 풀어야 할 문제들(동북공정을 지칭한 듯)을 감정적으로 대하는 것을 보곤하는데 이는 매우 잘못된 것"이라며 "좀더 차분하게 생각하고 예의를 갖추지 않는다면 사소한 문제가 서로에게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장 전 대사는 "중국은 남북한의 평화체제 구축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며 "다만 한국사람 중 일부는 중국이 북한에 대해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길 바라는 것 같은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북한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요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며 "중국은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고 남북한이 통일을 이룰 수 있도록 측면에서 지원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