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가 입시과외 등 사교육에 지출하는 비용이 해마다 25%씩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최상위 소득 및 소비계층과 최하위 계층의 사교육비 격차도 5~8배에 달해 경제력에 따른 교육 기회 불평등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같은 사회적 투자 규모에 비해 실제 사교육이 학업성취도 등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스럽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 소비 상위 10% 한달 사교육비 하위 10%의 8배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1일 발표한 '사교육의 효과, 수요 및 영향요인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도시가계연보'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초.중.고등학교 재학생을 둔 가정이 한달 개인교습.입시 및 보습학원.예체능계 학원.참고서 구입 등에 지출하는 사교육비는 평균 21만5천원이었다.

이같은 지출 규모는 월평균 총 소비와 소득의 각각 9.9%, 7.5%, 가구당 전체 교육비의 65%에 달하는 수준이다.

또 98년의 10만4천원과 비교해서는 5년동안 연평균 25%씩 급증했고, 총 교육비에서 사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98년 44%에서 2003년 65%로 20%포인트 이상 늘었다.

전체 조사대상 가구 중 사교육 참여 가구의 비율도 99년 66%, 2000년 76%, 2002년 83%, 2003년 85% 등으로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가구의 소득 및 소비 형편에 따른 사교육비 지출 격차도 상당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우선 2003년 기준 소득 10분위 가운데 상위 10% 가구(10분위)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40만7천원으로 하위 10%가구(1분위) 8만5천원의 4.8배에 달했다.

소비 기준으로는 10분위의 사교육비가 48만원으로 1분위 6만원의 8배로, 차이가 더 뚜렷했다.

특히 소비 10분위와 1분위의 사교육비 격차는 이 두 그룹의 소비지출 평균값 차이(4.5배)를 크게 웃돌아 소비가 늘어날수록 총교육비 대비 사교육비 비중이 커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사교육 참여율도 소비와 소득에 비례했다.

소득 기준 6~10분위의 상위 계층의 경우 10가구 가운데 9가구가 학원.개인교습을 시키는데 비해 1분위는 6가구에 그쳤다.

아울러 KDI는 한국은행과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 2003년 우리나라 전체 사교육비를 각각 9천381억원, 1조3천649억원으로 추정했다고 소개했다.

추정치별로 차이가 큰 것은 기준과 방법론적 측면 등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사교육 안받은 입학생 내신.수능점수 더 높아

이같은 경제적 부담에도 불구, 대다수 학생과 학부모들은 사교육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천식 KDI 연구위원과 조병구 KDI 경제정보센터장이 2004년 말 전국의 인문계 고교 1, 2학년생과 학부모 각각 1천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조사 학생의 70% 정도가 과외를 받고 있었고, 학부모의 60% 이상이 성적 향상을 위해 과외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 학생과 학부모의 90%는 과외 투자비용 대비 학업성적 및 대학입시 기대효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학부모의 80% 이상은 과외학습 결정이 자녀의 미래에 상당히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공교육이 상대적으로 부실하다고 느끼는 학생과 학부모의 사교육에 대한 수요는 더욱 컸다.

김태종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의 분석 결과 거주지역이나 부모의 학력이 동일한 경우 ▲ 고교 1~3학년 학력의 부가가치(학교 생산성)가 떨어지는 학교 ▲교내 학생의 성적 산포도가 큰 학교 ▲교내 학생 성적의 평균이 낮은 학교 ▲공립고등학교 등의 특성을 띤 학교 재학생들의 과외 수요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실제 이처럼 막대한 사교육 지출 규모나 수요에 비해 실제 효과는 그다지 신통치 않다는 조사 결과도 소개됐다.

김태일 고려대학교 교수가 2004년 11월 서울대.연세대.고려대.이화여대 재학생 1천772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고교 내신등급의 경우 사교육 경험자 그룹은 평균 1.90 등급으로 비경험자 그룹 평균 1.64등급에 비해 낮았다.

수능점수 역시 사교육 경험자가 평균 362.38점, 비경험자가 368.73점으로 비경험자가 4점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교육이 대학진학 이후 학업성취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고등학교 3학년 때 과외를 받은 학생에 비해 안 받은 학생이, 받은 사람 중에서는 길게 받은 학생보다 짧게 받은 학생의 학업성취도가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박대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