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요즘이 문학의 위기라고 하지만 저는 오히려 지금이 우리 문학의 중흥기라고 봅니다.

단적인 예로 세계 어느 나라를 둘러 봐도 단편소설집이 우리나라만큼 잘 팔리는 곳이 없습니다."

지난달 장편소설 '바리데기'를 내놓은 작가 황석영씨(64)가 13일 전남 순천 낙안읍성의 한 민속주점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인터넷 서점 '예스24'가 마련한 '황석영·은희경 작가와 함께하는 문학캠프' 행사의 하나였다.

황씨는 예스24가 지난달 네티즌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의 대표작가' 추천 행사에서 '노벨문학상 후보로 추천하고 싶은 작가'로 뽑혀 이번 문학캠프에 참여했으며 소설 '장길산'의 배경이 된 전남 화순 운주사 등지를 독자들과 함께 둘러볼 예정이다.

"신인에서 기성 작가까지 활발한 활동을 보이는 것도 중흥기라 말할 수 있는 근거죠.1990년대 문학에서 성행하던 '청산주의'가 사라지고 요즘 들어 문학적 서사가 작품 안에서 늘고 있는 것 또한 반가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런 문학적 서사가 예전과는 달라졌다고 그는 분석했다.

'시적 서사'가 대표적인 예다.

시와 소설의 형식적 결합이 아니라 시의 함축성이 소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것.실제로 최근 10년 새 유명 작가들이 내놓은 소설들이 대부분 200자 원고지 1000장 안에 든다고 그는 설명했다.

황씨는 또한 "요즘 독자들이 보이는 트렌드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대중 문학과 본격 문학을 구분하지 않고 서점과 언론사들이 주도해서 판매 순위에 따른 줄세우기를 하다 보니 본격 문학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것.그는 "과거 1970년대에 일본이 지금과 똑같은 양상을 보이다 본격 문학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것과 같은 현상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그는 노벨문학상을 받으면 어떨 것 같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노벨문학상 말고도 세계적인 문학상들이 많은 데도 매체에서는 너무 소동을 벌이는 것 같다"며 "노벨문학상은 너무 서구 중심적이면서 정치적인 배려가 과도한 단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오는 28일부터 열릴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황씨는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해서 다행"이라며 "차기 정권,즉 향후 5년이 한국 역사에서 몇 번째로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자리에는 지난 4월 소설집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를 펴낸 작가 은희경씨(48·사진 오른쪽)도 함께 해 서로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은씨는 네티즌들이 '장차 한국을 대표할 차세대 우리 작가'로 뽑은 인물.황씨는 "은희경씨는 신경숙씨와 함께 1990년대 우리 문학에서 처음으로 '여성적 글쓰기'를 가져온 사람"이라며 "1980년대 남성 중심의 글쓰기에 익숙했던 나도 이 두 분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은씨는 "건조하고 힘 있는 문체의 작품을 쓸 때면 꼭 황 선생님의 작품을 읽어본 뒤에 작업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